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정부는 위안화 유연성을 확대하겠다는 중국 인민은행의 발표를 일단 환영했다. 하지만 위안화의 절상폭과 이행 속도가 관건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의 결정은 경기회복을 돕고,보다 균형 잡힌 세계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건설적인 조치"라면서 "이 문제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중국의 조치는 매우 고무적인 것"이라고 평가했고,유럽연합(EU)도 성명을 통해 "중국과 세계경제 모두에 큰 이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재무성은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가 중국과 아시아,그리고 글로벌 경제의 안정적이고 균형있는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도 "중국이 위안화 유연성을 확대하는 게 당장 러시아와의 교역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이번 조치를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보다 강한 위안화는 IMF가 G20 토론토 정상회의에 제출할 보고서에 담겨 있는 상호 평가내용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 유연성이 확대되면 중국 가계의 수입을 증대하고 중국 소비재 산업에 대한 투자를 자극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중국이 환율 유연성을 확대키로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중국이 얼마나 많이,얼마나 빨리 위안화 절상을 허용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환율조작국 보복 법안을 공동 발의한 민주당의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모호하고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부 압박에 대한 전형적인 반응"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중국이 며칠 내 위안화 절상을 위해 좀 더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보복) 법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일본 언론 역시 비판적이다. 중국이 G20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절상 압력을 회피하기 위해 선수를 치고 나온 것이라는 시각이 매우 강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05년에 발표한 환율제도개혁이 위안화 가치를 한번에 약 2% 끌어올리는 내용을 담았던 것과 비교하면서 이번 성명 발표에는 알맹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하루 0.5%의 변동폭을 더 확대하는 방안도 중국 정부 내에서 검토했으나 결국 보류됐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가 주요국 대사를 불러 사전에 위안화 관련 성명을 설명한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선전용이란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워싱턴=김홍열/뉴욕=이익원/도쿄=차병석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