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Nudge)라는 책 다들 읽어봤나요?강제하지 않고도 사람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내용이죠.이 개념은 환경 정책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요. "

최근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국제경영을 위한 환경관리(Environmental management for international business)' 수업에서 헨리 로라 교수는 기업 정보를 상세히 공개하고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넛지 방식'이 전통적인 환경 정책의 뒤를 잇는 새로운 흐름이라고 소개했다.

◆환경문제 해법도 '넛지'

미국 변호사인 로라 교수는 "미국 기업들은 이미 이런 넛지 방식에 많은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비정부단체(NGO) 활동이 가장 활발한 나라로 환경에 관련된 감시와 폭로가 활발하다. 기업들은 독성물질 배출목록(Toxics Release Inventory)과 지속가능성 보고서 등을 발간하고 있고,친환경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등 각종 인증제도 활성화돼 있다. 로라 교수는 "미국에선 그 누구도 환경적인 문제에 얽혀 '블랙 리스트'에 오르길 원치 않는다"며 정보 공개가 기업의 자발적인 친환경 경영을 유도하는 강력한 효과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에게 에너지 소비량을 알려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방식도 확산되고 있다. 로라 교수는 "인터넷에서는 전기 사용량이 많아지면 색깔이 변해 '당신은 지금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다'고 조용히 경고해주는 '앰비언트 옵(Ambient Orb)'이라는 공(ball)도 판매되고 있다"며 "환경문제에 눈뜬 소비자들을 상대로 여러 아이템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방 규제는 효과 낮아

이날 수업에서는 전통적인 환경정책 수단을 소개하고 장 · 단점을 짚었다. 법적 규제는 기준치를 달성한 이후에는 오염물질을 추가로 줄이거나 저감기술 개발에 나설 인센티브가 전혀 없기 때문에,장기비용은 오히려 증가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자원의 소유권을 명확히 해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을 방지하는 방식은 협상 대상자가 너무 많아진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단점으로 꼽혔다. 세금 · 벌금제는 정치적 쟁점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아 유연한 정책 운용이 어렵고,환경오염을 방치해 얻는 이득이 벌금보다 훨씬 클 때는 사실상 무력화된다는 점이 치명적 약점으로 소개됐다.

결국 환경문제도 재정적인 부담과 보조금 제도를 적절히 활용하고,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기업과 소비자의 자발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등 시장 원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이날의 결론이다.

◆정부 · 기업의 녹색성장 전략에 초점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일명 '그린 그로스(green growth)' 수업으로 불리는 이 과정은 한국의 녹색성장 전략과 경제정책의 이론적 배경을 포함해 산업계에 미치는 종합적인 영향에 초점을 맞춘 수업이다.

로라 교수는 한국 법무법인에서 외국법 자문으로 근무했고 한국어에도 능통한 '한국통'이다. 그는 "녹색경영은 아직은 낯선 개념이고 기업들의 준비 상황도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탄소배출권 등 환경에 관련된 이슈들이 법조계 실무 영역에서도 갈수록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어 강의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