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지난 16일 한 달 반 만에 1700선을 넘어섰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 이후 5월 한 달간 줄곧 주식을 내다 팔던 외국인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서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증권사들은 하반기 우리 증시가 상반기보다는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코스피지수 고점이 얼마나 될지를 놓고서는 1700 중반에서부터 2000 내외까지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또 하반기 고점도 3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과 4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기업 실적 개선이 증시 상승 이끌 것

하반기 증시는 크게 기업들의 실적,유럽의 재정 리스크,글로벌 출구 전략 등 3가지 변수에 따라 출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선 기업들의 실적은 주식 시장 상승을 이끄는 주요 동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지난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이익이 최소한 오는 3분기까지는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기업들(실적 전망이 존재하는 342개 기업 기준)의 전체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에 19조원 정도였으나 2분기 22조6000억원,3분기 23조9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IT산업에서 아직은 과잉 투자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 IT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실적 개선세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한 글로벌 출구 전략은 하반기 증시의 최대 리스크 요인 중 하나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 팀장은 "글로벌 공조 관점에서 볼 때 한국과 중국 등 경상수지 흑자국들은 내수 부양을 위해 상당 기간 낮은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저금리 시대의 지속은 증시에 우호적인 여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민간 수요 회복과 중국의 임금 상승 추세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각국의 출구 전략 시행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하반기에 주식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변수는 인플레이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반기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었던 유럽 재정위기 역시 하반기 증시의 잠재적인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지만,그 영향력은 상반기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7500억유로에 달하는 '유럽 재정안정 프로그램'을 발표한 데다,재정 긴축으로 인한 유로지역의 실물경제 둔화가 세계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반기고점 1800대 중반~1900대

주요 증권사들의 하반기 코스피지수 전망은 상반기보다는 긍정적이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하반기 코스피지수 고점을 1800대 중반~1900대 중반 정도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의 코스피지수 고점(1752.2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대우증권은 코스피지수 고점을 1950으로 제시했고,우리투자증권은 1920선으로 잡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투자증권은 하반기 고점 도달 시점을 3분기로 보고 있는 반면,대우증권은 4분기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올해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하반기 지수 고점을 2100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재정적자와 디플레이션을 해소하기 위한 통화 완화 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풀린 풍부한 유동성이 펀더멘털이 양호한 아시아 지역에서 금융자산 인플레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대신증권의 경우 하반기 코스피지수 고점을 1750으로 제시하고 있다.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