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피닉스에서 서쪽으로 25마일(40㎞) 떨어진 페리빌에는 애리조나 주정부가 운영하는 교도소가 자리잡고 있다. 정보기술(IT) 솔루션 업체인 미국의 시스코시스템스,SAP,넷앱과 히타치가 이곳 수감자들로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면 믿어질까.

경제 · 경영 전문지인 포브스는 최근 '실리콘밸리의 교도소 콜센터'라는 기사에서 이들 4개사가 미국 업체인 텔레버디를 통해 페리빌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IT 업체들이 주로 인도에 콜센터를 두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텔레버디는 페리빌 교도소의 여성 수감자 중 250명을 고용,일정 교육과 훈련을 거친 뒤 전화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텔레마케터로 활용하고 있다. 텔레마케터가 세일즈하는 제품은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복잡한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이지만 이들의 판매실적은 상당하다. 텔레버디는 지난해 페리빌 콜센터에서 1210만달러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텔레버디에 위탁한 4개사의 평가는 좋다. 시스코의 크리스티나 폴리 판매담당 매니저는 "텔레마케터들의 세일즈 능력이 보통 이상"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히타치컨설팅은 텔레버디와 라이벌 업체의 경쟁력을 비교했다. 그 결과 텔레버디는 제품 판매로 이어지는 고객 응대 횟수가 경쟁 업체보다 다섯 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니나 시모스코 SAP 부사장은 "텔레버디는 다른 콜센터에 비해 텔레마케터들의 이직 관련 훈련비용도 30% 적게 든다"고 전했다.

페리빌 콜센터 수감자들 역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포브스는 평가했다. 이들은 연방정부가 정해 놓은 시간당 최저임금인 7달러25센트를 받고 있다. 이는 교도소 세탁실에서 일해 받을 수 있는 시간당 35센트에 비하면 훨씬 높은 것이다. 급여 가운데 3분의 1을 콜센터 부스와 전화시설비로 내야 하지만 세금을 뺀 나머지는 텔레마케터들의 몫이다. 교도소 문을 나갈 때면 평균 1만5000달러가량의 목돈을 손에 쥐며,최고 2만5000달러를 저축해 나간 수감자도 있다.

페리빌 콜센터는 그만큼 이들의 사회 재활 재원을 마련해줘 재범률까지 낮추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4년 동안 콜센터를 거친 여성 수감자 중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로 되돌아온 비율은 11%에 그쳤다. 미국 전국적으로 3년 내 재수감되는 여성 범죄자 비율의 경우 40%에 달한다.

제임스 후커 텔레버디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범죄자들을 교도소에 보낸 뒤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석방한다"며 "하지만 범죄자들은 교도소로 되돌아오고,그때마다 우리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