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KB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됨에 따라 금융권 재편 작업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금융 민영화,외환은행 매각 등 은행권 재편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어 회장 내정자가 대표적인 '은행 대형화론자'로 꼽힌다는 이유에서다.

어 내정자는 회장 선출 전부터 KB금융이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형 은행이라면 국외에서 원자력발전을 수주할 때 보증설 수 있는 수준,즉 자산 규모로 세계 50위 정도는 돼야 한다"며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을 감안할 때 어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은 금융회사 인수 · 합병(M&A)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이달 중 우리금융 지분 매각 공고를 내고 민영화 절차를 밟을 예정이어서 우리금융 인수전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우리금융과 합병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인수하는 입장에서 당장 큰 자금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자산 325조6000억원인 KB금융과 자산 325조4000억원인 우리금융이 합병하면 아시아 10위권에 드는 대형 금융회사가 탄생한다.

외환은행 매각 작업도 어떤 식으로든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인수에 실패하는 곳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매각 추진 중인 외환은행 인수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외환은행 매각은 순서 면에서 우리금융 뒤로 밀릴 공산이 크다. 현재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외국계 금융사 3~4곳에 불과하다.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잠재적 인수 후보군이지만 무게 중심이 우리금융 쪽에 쏠려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우리금융 인수 실패시 외환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속도를 내면 외환은행 매각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금융 매각 향배에 따라 은행권 재편의 틀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