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쟁은 나쁜 것이라고도 한다.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논리다. 자고 새면 시험에 매달려야 하는 아이들에겐 더없이 달콤하게 들리기 십상이다. 조금 더 나이 들면 '운칠복삼'이니 너무 애쓰지 말라는 조언도 듣는다.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의 생각은 그러나 좀 다른 모양이다. 그는 최근 조지 워싱턴대 졸업식 축사를 통해 이렇게 얘기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은 쉽게 살아야 하고 지나치게 애쓰지 않아도 원하는 걸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의미있는 뭔가를 만들려면 반드시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진실을 잊지 말라."

또 워싱턴 D.C. 애나코스티아 고교 졸업식에선 '미래는 자기 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학생 90%가 편부모 가정 출신이라는 이 학교에서 그는 과거 힘들었던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자신 외엔 아무도 자신의 운명을 조종할 수 없다. 현재를 벗어나는 걸 두려워하면 늘 두려움에 떨게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아울러 "노력하면 열매를 맺게 된다"며 "한번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내야 하고 끊임없이 인내하며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셸은 지난해 3월 그곳 학생들과 원탁토의를 가진 데 이어 이번 졸업식에도 참석,축하했다.

미셸 오바마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흑인 서민가정의 1남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시카고의 우수 공립고인 휘트니 영 고등학교를 거쳐 프린스턴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88년 하버드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됐다. 로펌에서 일하던 중 하계 인턴사원으로 들어온 버락 오바마를 만나 92년 결혼했다.

로펌에선 지식재산권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남편이 대선에 뛰어들 때까지 시카고대 부속병원 부원장 겸 식품회사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남편의 연방 상원의원 봉급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렸다.

그는 예쁘지 않다. 예쁘게 보이려고 애쓰는 것같지도 않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온 여성답게 퍼스트 레이디가 된 뒤에도 다소곳하기보다 당당하고 자신있게 행동한다. 공식석상에 저가 브랜드 의상을 입고 나타나는 식이다. '너는 안된다'는 주위의 압력을 넘어섰던 그의 축사는 미국인이 아닌 사람의 가슴에도 충분히 와닿는다. "여러분을 믿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나도 여러분을 믿는다. "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