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정책 어디로-릴레이 인터뷰] (3·끝)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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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자유구역 국내기업 역차별 안돼…대기업도 들어와야"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47)의 주특기는 국회의원,즉 정치였다. 그런 그가 인천시의 살림을 책임지는 목민관이 됐다. 그의 키워드는 변화다. 기존 인천시 정책이 적잖게 손질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 투쟁적 야당 DNA로는 다양한 시민들의 이해를 조정하기 어렵고 중앙정부와의 유기적 협조를 이끌어 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6·2 지방선거 승리 후 업무파악에 여념이 없는 그를 지난 15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도시개발공사 내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수도권 정책과 관련해 야당 광역단체장으로서 중앙정부와 마찰은 없겠습니까.
"행정은 정치와 다르다고 봐요. 오히려 협력할 일들이 많다고 봅니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부딪칠 수 있는 것은 대화와 설득를 통해 이해와 협조를 구할 겁니다. 조만간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만나 현안을 논의할 생각입니다. "
▼경인운하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요.
"국책사업이어서 권한 밖이지만,관내에서 이뤄지는 사업인 만큼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인운하위원회를 만들겁니다. 위원회의 견해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대응해 나갈 겁니다. "
▼인천 서울 경기도의 현안 중 하나인 광역급행철도(GTX) 건설에 찬성하십니까.
"송도와 서울을 잇는 GTX건설은 고민을 해 봐야겠습니다. 두 도시가 함께 발전해야 하는데 도시가 자생적인 흡인력과 기반을 갖추지 않으면 모든 부(富)가 서울로 집중되는 '삼투압'현상만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인천이) 베드타운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수도권 규제에 대한 입장은 정리됐는지요.
"선택과 집중으로 규제가 꼭 필요치 않은 곳은 과감하게 풀어야 합니다. 중앙정부가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해놓고 동북아중심 국제도시를 지향토록 한 인천시에 일반 수도권지역과 똑같이 수도권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봅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외자유치가 제대로 되려면 국내 기업들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LG가 파주에 있기 때문에 필립스가 유치된 것이지요. 세계적인 국내 대기업들이 들어와야 외국의 유수 기업들도 투자에 관심을 갖게 마련이거든요. 국내 기업의 역차별이 투자유치에 큰 걸림돌이죠."
▼인천에 있는 대기업들이 증설을 못해 중국이나 지방으로 떠난 것을 아십니까.
"수도권정비법 때문에 대기업의 신 · 증설과 대학 신설,정원확충이 제한돼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대기업은 생산량이 늘어나도 창고 하나 늘릴 수 없고 275만 인구를 가진 대도시 인천에 아직까지 대학신설은 물론 음악학과 등 학과 하나 개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수도권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소신을 갖고 중앙정부와 꾸준하게 설득하고 협의해 나가야죠."
▼안상수 시장의 시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는데.
"그간 세계도시축전 등 전시성 행정이 많았고 무분별한 행사와 무리한 개발사업으로 인천시 부채가 7조원에 달할 정도입니다. 앞으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불합리한 사업은 재검토할 겁니다. "
▼부채를 줄일 방안은 있나요.
"불투명했던 인천시의 일부 행정사항과 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할 겁니다. 각계 시민이 참여하는 '참여예산제'도 도입해 예산을 내실있게 짜고 예산 절감방안을 강구해 나가면서 재정 확충방안도 마련해야겠죠."
▼선거기간 계양산 골프장건설과 세계 최대의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은 반대입장을 보였던데요.
"사실입니다. 이들 사업이 추진되면 자연환경파괴가 심각해질 겁니다. 시민들의 우려가 큽니다. 계양산을 산림휴양공원으로 조성하고 시가지화하려는 부평 미군기지도 시민의 뜻에 따라 조기에 공원화할 겁니다. 또 재개발을 추진 중인 인천항만(내항)의 1.8부두도 시민공원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
▼이번 선거기간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전략과 사업방향에 대한 재검토를 시사했는데.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높은 입지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정책과 운영면에서 실패했습니다. 외자유치는 부진하고 아파트만 크게 늘어난 꼴이지요.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실례로 67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인 동북아트레이드빌딩과 오피스텔들이 우뚝 솟아 있지만 거의 텅 비어있는 등 일자리 없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했죠.앞으로 아파트건설용지를 줄이고 첨단산업 위주의 투자유치를 강화할 겁니다. 투자유치가 부진한 대형 사업들도 재검토해야겠죠."
▼재검토가 기존 사업의 중단이나 외자유치의 계약 변경을 의미하는 듯 들립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개발방향을 바꿔 효율적인 개발과 사업을 진행토록 한다는 의미이고 불합리한 사업은 규모를 축소하거나 사업방향을 조정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외자유치 유인책으로 국내 기업도 외국투자기업과 같은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토록 해야 합니다. 대기업도 입주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겁니다. 앞으로 인천시가 중심이 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의사결정기구를 설립해 방향과 전략을 재검토하고 송도,청라,영종지구(영종도) 등 3개 경제자유구역에 적합한 역할을 재조정할 겁니다. 또 글로벌 인재 고용 확대를 위해 영종지구의 무비자를 추진할 겁니다. "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 같군요.
"당선자의 능력 아니겠습니까(웃음).물론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하겠지요. 청와대 고위직,장관들과도 이 문제에 대해 대략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열심히 돕겠다고 하더군요. "
▼인천시 구도심권 발전에 시장(市場)의 관심이 높습니다.
"그간 행정력과 예산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집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8년간 인천경제자유구역에 46조원이 투입된 반면 구도심 관련 예산은 수백억원에 불과합니다. 구도심권에서 불만이 많았어요.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의 개발이익을 어느 정도 환수해 구도심에 투입할 생각입니다. 단기적으로 3조원의 도시재창조기금을 조성해 도시재생 및 재개발에 투입하고 주민들의 재정착을 위해 장기임대아파트 등 이주대책도 강화할 겁니다. "
▼인천 간판기업인 대우자동차판매가 경영위기를 맞고 건설업체와 제조업체들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기업을 살려야 할 텐데요.
"우선 1조원의 지원펀드를 조성하고 인천 산업을 지탱할 강한 중소기업 1000개를 집중 육성하는 한편 부품소재,바이오,의료,물류,정보기술(IT) 등 5대 신성장산업을 집중 육성해 나갈 겁니다. 남동공단과 지방산업단지의 업종구조고도화도 추진해 업종전환과 기업이전 등 신산업유치를 통한 고부가산업화와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하려 합니다. "
▼인천에서 기업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땅값도 비싸고 검단신도시 등 잇따른 개발사업으로 제조업체 부지가 수용당했습니다.
"철거되는 기업들이 지가상승으로 수평이동조차 불가능한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인천에 재정착하는 방안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개발이익을 일부 환수해 공장부지 및 설비투자 리스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 중입니다. "
▼진보정치인이라서 CEO형 시장이 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런 평가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제 자신은 중도통합형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행정은 보수와 진보,이분법적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장점을 수용해 모두 아우르는 시정을 펼칠 겁니다. "
▼정치분야에서 40대 세대교체설을 주장한 것으로 압니다.
"손학규 전 의원 ,정동영 의원 등 기존 정치인들을 포함해 40대 정치인들도 함께 뛰는 무대가 형성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정치권 세대교체 열망도 있는 거 아닙니까. 이번 선거를 계기로 386세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고 차세대 야권주자로서의 기대도 한 몫을 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시정에 집중하고 성과와 평가를 받겠습니다.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한다면 더 큰 기회가 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
송영길 당선자는…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전남 고흥 출신으로 1984년 연세대 총학생 회장에 선출돼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졸업후 부평 대우자동차 공장 배관 용접공으로 노동자 생활을 하며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전국택시노조 인천시지부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1994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인천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1999년 인천 계양 · 강화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나서면서 정치에 뛰어들었다. 전임 안상수 인천시장에게 패퇴한 직후인 2000년 16대 총선에서 의원배지를 달았고 이후 3선 했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했고 2007년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사무총장을 맡아 대통합민주신당 창당과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6 · 2 지방선거 직전까지 민주당 최고위원을 맡았으며 인천시장 당선으로 민주당 내 차세대 핵심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