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문화 꿰뚫어야 좋은 호텔리어죠"
"가장 낙관적인 전망부터 최악의 경우까지 언제나 수십 개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요. 상황에 따라 최적의 시나리오를 선택,리스크를 관리했죠.작년에는 식음료나 웨딩 쪽보다는 객실 마케팅에 집중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어요. "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호텔 · 리조트 체인업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총지배인에 오른 이민영씨(42)가 14일 밝힌 '호텔 운영 비법'이다. 전 세계 3400여개의 고급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 중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지난 1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 마케팅 이사로 근무해온 이씨를 서울 여의도의 고급 레지던스인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서울'의 총지배인으로 임명했다.

그는 1999년 JW메리어트호텔의 판촉팀장으로 메리어트와 인연을 맺은 지 11년 만에 총지배인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동안 메리어트 계열사인 서울 리츠칼튼,베이징 리츠칼튼,베이징 JW메리어트 등에서 일해온 그는 2003년 '글로벌 세일즈 오피스' 이사로 임명됐다. 그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이사에 올랐다.

그는 "작년 경제위기 속에서도 실적이 좋아 1000여개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다른 체인을 따돌리고 처음으로 최고 마케팅상을 받았지만 이것 때문에 총지배인이라는 중책을 맡긴 것은 아닐 것"이라며 "메리어트 같은 미국계 기업은 단기 성과로 사람을 파악하지 않는 만큼 10여년 동안 제 모습을 지켜보고 내린 결정인 듯싶다"고 말했다.

이전 직장인 조선호텔에서도 판촉대상을 받은 바 있는 이씨는 업계에서 '객실 마케팅의 고수'로 손꼽힌다. 표준 객실료(rack rate)를 최고가로 잡고 상황에 따라 객실료를 조절해 판매하는 실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메리어트로 옮긴 후 글로벌 감각을 키우기 위해 매일 아침 외국 뉴스와 한국경제신문 등을 정독한 뒤 두 시간 동안 시장을 파악한다는 그는 다양한 전문가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그는 "20여년 동안 호텔업계에서 겪었던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라며 "정한 목표는 반드시 지키자는 인생철학도 이쪽 일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가 중시하는 것은 인재 경영.전 세계 메리어트 체인에는 호텔 현황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이 있지만 각각 성과가 다른 것은 이를 이용하는 인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가 총지배인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도 교육 프로그램 강화였다. 그는 "호텔업계는 인재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며 "한국 호텔리어들은 어학 등 기본 바탕은 매우 뛰어나지만 아직 팀원 간 또는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던 시절,우연히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외국인들에게서 인사를 잘한다는 칭찬을 들은 것을 계기로 호텔리어를 꿈꿨다는 이씨.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프런트 데스크를 맡으며 호텔업계에 발을 디뎠다.

그는 "무엇보다 마케터 경력을 바탕으로 호텔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특히 첫 한국인 총지배인으로서 인재를 양성해 계속 한국인 지배인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