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산업] 집값 하락에 등돌린 民心…"방치땐 재보선 어렵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잦다. 특히 '6 · 2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패배한 이후여서 그 배경이 무엇인지 관심을 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싱가포르를 방문,"지난해 (한국의) 부동산 분야가 주춤했지만 하반기부터는 부동산도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샹그릴라호텔로 싱가포르 경제인연합회 소속 기업인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한국이 경제회복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투자하기 아주 좋은 기회"라며 이 같은 발언을 했다.

침체기에 있는 부동산 시장에 인위적인 부양책을 쓰겠다는 신호를 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자 참모들이 나서서 "외국 투자자들 앞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 회복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지금이 투자하기 좋은 기회라는 의미에서 한 발언"이라고 적극 해명하면서 일단 진화됐으나 '의도된 발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이 대통령은 11일 비상경제대책회의 겸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지방에 가면 건설경기가 부진해 바닥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당국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시했다. 자연히 뭔가 가시적인 정책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일단 "원론적 발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지방의 부동산 경기가 너무 얼어붙는 바람에 건설업체들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다른 해석들이 적지 않다. 우선 지방선거 패배로 민심을 다독일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대통령의 개인적인 국정운영 지지도는 50%를 넘어섰지만 선거 결과는 이와 매우 다르게 나타나자 그 원인을 두고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다소 이해를 못하겠다"는 반응들이 적지 않았다. 집값 하락이 참패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안방으로 꼽던 분당에서마저 야당에 패한 것은 상징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집을 한 채 가진 사람들마저 자산 디플레로 인해 여당에 등을 돌리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부동산 침체로 인한 자산 디플레 현상이 선거 패배의 주요한 원인이었고 이런 민심을 그대로 놔두고선 '7 · 28 재 · 보선'에서도 희망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집을 원활하게 사고 파는 정도의 수준은 돼야 하는데 지금은 이런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정도가 되면서 서민층에서도 원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요약하자면 부동산 침체로 인한 자산 디플레가 보수층 중 상당수가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요인이었고 이를 방치할 경우 민심 이반이 심화돼 국정운영에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부동산 관련 발언을 한 것이란 얘기다. 다만 굳이 지방을 언급한 이유는 수도권까지 직접 거론하게 되면 자칫 투기를 부추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들어간 모양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