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은 쥘 베른의 뒤꽁무니만 쫓아왔다. '

역사학자들이 근대 SF문학의 창시자에게 보내는 이 헌사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가 쓴 《지구에서 달까지》를 읽고 두 명의 천재 로켓 과학자가 탄생했으며 그들이 오늘날 인류의 우주과학시대를 앞당겼으니까.

베르너 폰 브라운(1912~1977년)과 세르게이 코롤리오프(1906~1966년).《로켓,꿈을 쏘다》는 당시 미국과 소련을 대표했던 이들 두 과학자의 삶과 우주를 향한 인생역정을 쥘 베른의 소설보다 더 흥미롭게 전개한다.

노동수용소에서 기사회생한 코롤리오프는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대륙간탄도탄 'R-7세미오르카'를 개발,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렸다. 그러자 다급해진 미국은 나치의 추적을 피해 온 독일 출신의 폰 브라운을 불러 '새턴-V'를 만들게 해 아폴로11호를 발사,마침내 우주전쟁에서 승리한다.

인공위성,유인 우주왕복선,달 착륙 등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얻기 위해 양국이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1944년부터 1969년까지 벌인 치열한 우주전쟁의 와중에 걸출한 이 두 로켓 과학자가 있었던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주인이 되겠다는 그들의 순수한 꿈이 현실화된 때는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이라는 극단의 시대였다. 중세 십자군전쟁 당시 다친 병사들을 치료하기 위해 외과수술이 발달했던 것처럼 역사의 아이러니가 재연된 것이다.

로켓의 탄생 과정을 과학자의 눈으로 꼼꼼하게 그려낸 이 책은 지구 밖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인류의 오래된 꿈을 현실로 만든 우주비행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았다. 뿐만 아니라 로켓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 작용 · 반작용 법칙이 적용되는 원리 등 호기심을 풀어주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한국은 언제쯤 우주강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성공이 온다는 이 책의 교훈이 더욱 뜻깊을 수밖에 없다. 저자 정규수 박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35년간 근무한 최고의 로켓 전문가다.

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