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우리금융 민영화의 방향을 '선(先)민영화,후(後)대형화'로 잡아가는 분위기다. '선(先)대형화,후(後)민영화'를 선호하는 듯했던 연초와는 달라졌다.

정부의 민영화 우선 방침은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에서 드러난다. 민영화를 책임지고 있는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잇따라 "사이즈와 경쟁력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경쟁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덩치만 키우는 은행 대형화가 능사는 아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방향을 튼 것은 국제적으로 은행 대형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공적자금 회수시기가 늦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지주회사 간 합병이 만만치 않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다.

우리금융과 합병파트너로 거론되는 지주회사는 KB금융과 하나금융이다. 정부의 현재 지분(56.9%)을 유지한 채 우리금융을 KB금융과 합칠 경우 합병회사의 정부지분율은 21%,하나금융과 합칠 경우 35%에 이른다. 우리금융의 민영화라기보다는 KB금융이나 하나금융의 국유화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외국인 주주들은 국유화에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인다. 이들이 합병에 반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감당하는 게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대형화가 완전히 물 건너간 건 아니다. 정부 지분 중 일부를 블록세일이나 분산매각 형태로 우선 매각해 정부지분율을 30% 수준으로 낮춘 뒤 합병을 추진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합병회사의 정부지분율은 10%대로 떨어져 외국인들의 반대도 그리 심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다른 변수는 다른 금융지주의 의지다. 신한금융은 "당분간 우리금융이나 외환은행 인수에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나금융은 우리금융과 합치는 방안을 선호한다. 하지만 현재의 정부지분율을 유지한 채 합치는 것은 외국인 주주의 반대로 불가능한 만큼 부분민영화 후 합병하는 걸 희망한다. KB금융은 오는 15일 신임 회장이 누가 되느냐가 변수다. 합병에 강한 의지와 '힘'을 가진 사람이 회장이 될 경우 합병논의는 진전될 수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