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이 다가오면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골문은 누가 지킬지 관심이다.

베테랑 이운재(37.수원)와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온 정성룡(25.성남)을 놓고 허정무 대표팀 감독도 마지막 고심을 하는 듯하다.

하지만 대표팀의 `넘버 3' 골키퍼 김영광(27.울산)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에도 최종 엔트리 23명 안에 들었던 김영광은 월드컵 본선에 2회 연속 참가한다.

하지만 4년 전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역시 단 한 경기도 치르지 못하고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김영광은 대표팀에서는 선배 이운재는 물론 후배 정성룡에게도 밀린 처지다.

골키퍼는 쉽게 바꾸지 않는 자리라 백업 골키퍼는 한 경기도 못 치를 가능성이 크다.

`넘버 2'도 아니고 `넘버 3'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김영광은 2003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16강 진출을 이끌었고, 이듬해 열린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맹활약하며 대회 사상 첫 8강 진출에 큰 힘을 보태는 등 한국축구의 차세대 골키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더 커 나가지 못했다.

김영광은 독일 월드컵 때에도 이운재와 김용대(서울)에 이어 세 번째 골키퍼였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2008년 1월30일 칠레와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후배 정성룡에게도 밀렸다.

2004년 2월 오만과 친선경기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영광(14경기 10실점)은 이제 국가대표로 뛴 경기 수에서도 이운재(131경기 113실점)는 물론 정성룡(16경기 7실점)에게도 뒤진다.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에서 치른 세르비아와 평가전 이후 김영광은 A매치에서 골문 앞에 선 적이 없다.

8일 오후(한국시간) 대표팀의 베이스캠프인 남아공 루스텐버그의 올림피아파크에서 팀 훈련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던 김영광은 스스로 "나는 세번째 골키퍼"라고 말했다.

그는 "내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내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팀을 생각해 절대로 티를 내서는 안 된다.

혼자 운동을 하면서 화를 삭인다"고 어렵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승부욕이 누구보다 강한 김영광, 그리고 이미 어린 나이에 주목을 받았던 김영광이기에 지금의 상황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 뻔하다.

김영광도 "일단 팀을 위해 같이 파이팅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그렇지만 잘 하려고는 하는데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쉽지많은 않은 것 같다"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김영광은 대표팀 훈련 중 미니게임을 하면 그라운드 밖에 나와 따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 신화를 썼을 때 한국 대표팀에는 골키퍼 최은성(대전)이 있었다.

그는 이운재와 김병지(경남)에 이어 대표팀의 세 번째 골키퍼였고, 3-4위전까지 팀이 7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지금은 그가 월드컵 4강 멤버였는지 기억하는 이도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당시 미니게임 때 선수가 모자라면 필드 플레이어로도 뛰는 등 성실한 훈련 메이트로서 대표팀의 월드컵 4강 진출을 위해 음지에서 땀을 쏟았다.

김영광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

희망도 버리지 않았다.

그는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뒤에 서 있다 보니 새로운 목표가 생긴다.

내 축구 인생이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아직 내게도 시간은 많다"며 더 나은 내일을 그렸다.

(루스텐버그=연합뉴스)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