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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인터뷰] 황창규 단장 "위험 감수 안하는 한국, R&D 실패 없지만 성공한 것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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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CTO'로 돌아온 황창규 R&D전략기획단장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발전없어
    '생산적 실패' 용인해야
    [월요인터뷰] 황창규 단장 "위험 감수 안하는 한국, R&D 실패 없지만 성공한 것도 없어"
    "3년 임기 동안 뭘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있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두고 보세요. 임기 중에 10년 뒤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기술과 비전을 꼭 찾을 겁니다. "

    황창규 지식경제부 연구 · 개발 (R&D) 전략기획단장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는 지난 3일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기자에게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멀리 보고 길을 찾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스타 최고경영자(CEO)' 출신답지 않게 '헝그리 정신'을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간판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애플로 바뀐 데 대해 "MS가 현실에 안주한 결과"라며 "배 부르고 등이 따뜻하면 발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배고픈 채로 바보같이 살라'(Stay hungry,stay foolish)는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좌우명을 두 차례나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자신과 함께 호흡을 맞출 5명의 투자관리자(MD) 선정과 국가 R&D 전략 구상에 집중하고 싶다며 수차례 인터뷰를 사양했다. 하지만 지난 1일 전략기획단 공식 출범을 계기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는 서울 역삼동에 있는 전략기획단장 사무실에서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된 소감은.

    "무거운 짐을 넘겨 받은 느낌입니다. 과거 우리는 재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로 선발주자(first mover)를 따라잡기만 하면 됐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선발주자가 돼야 합니다. 도망갈 곳이 없지요. 그런데 아직 명확한 답도 없고 길도 잘 안보입니다. 이런 시기에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굉장히 중요합니다. "

    ▼처음엔 여러 차례 자리를 고사한 것으로 아는데요.

    "솔직히 '잘못되면 어쩌나'하는 부담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 해외 석학들을 만나고 미래 산업 관련 연구소를 둘러본 경험을 토대로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도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맡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관료 조직에 둘러싸여 활동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많은데요.

    "민간에 있을 땐 공무원 조직이 규제기관인줄만 알았는데,막상 여기와서 보니 공무원들이 애국자이고 순수하고 열정이 대단하단 걸 많이 느꼈습니다. 일을 기획하고 발굴하는 것도 잘합니다. 다만 그걸 엮어내고 글로벌 트렌드를 읽는 능력은 부족하지요. 연구자들 뿐 아니라 연구기획을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가급적 해외에 자주 내보내 글로벌 트렌드를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

    ▼임기 중 꼭 해보고 싶은 것은 뭔가요.

    "우리나라의 최대 자원은 사람입니다. 젊고 다이내믹한 인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다방면에서 교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기술자와 인문 · 사회학자의 융합을 늘리고 세계적 석학들로 구성된 해외 자문단도 조만간 꾸릴 생각입니다. 대한민국 산업에 꼭 필요한 분들이라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모실 계획입니다. "

    ▼일본을 자주 다녀왔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은 아직 배울 것이 많은 나라입니다. 소재 분야와 기초기술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고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강한 점도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대목입니다. 일본은 요즘 신소재 에너지 환경 바이오메디컬(생의학) 헬스케어 등 미래 성장동력을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 기업들이 교토나 오사카쪽에 많아 그쪽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

    ▼세계 유일(only one) 기술이 목표라고 했는데요.

    "남이 하는 메가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환영받지 못합니다. 새로운 메가 트렌드를 만들어야지요. 애플은 8년 전부터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새로운 흐름을 준비했습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플래시메모리(전원을 꺼도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 반도체)를 제가 삼성전자 사장일 때 독점공급했는데, 그러면서도 우리는 '그게 되겠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습니다. 지금 그게 되고 있는 겁니다. "

    ▼그런 기술을 만들려면 뭘 해야 할까요.

    "주력산업 간 융 · 복합을 서두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제한된 인력으로 기존에 하던 것들이 있는데 갑자기 '온리 원' 기술을 만든다고 확 뒤집을 순 없는 노릇 아닌가요. 아이폰도 기존 주력산업인 컴퓨터와 휴대폰의 융 · 복합이란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초기 기획단계부터 융 · 복합을 시도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전체 컨셉트는 개별 기술 차원의 '부분 최적화'가 아니라 시스템 차원의 '전체 최적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녹색 교통 시스템'을 만들면 전기차 배터리 충전소 원자력발전소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등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팔 수 있습니다. "

    ▼개방형 혁신도 강조했는데요.

    "세계 유일 기술이나 진정한 의미의 융 · 복합 기술을 만들려면 우리 기술만으론 절대 불가능합니다. 자기 역량에 다른 사람의 역량을 합쳐야 하지요.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 대학이나 연구소로부터든 가져다 써야 합니다. "

    ▼국가 R&D 사업을 87개에서 42개로 줄이겠다고 한 것은 무슨 의미인지요.

    "구조조정이라기보다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찾아 집중할 수 있도록 '클러스터화'하겠다는 것입니다. 기존 R&D는 너무 자잘하게 쪼개져 있어 중복이 많고 비효율적이죠.잘못된 프로젝트가 중간에 탈락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한번 맡은 프로젝트는 무조건 끝까지 간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해요. "

    ▼연구자가 자기 분야만 고수한다는 것인지요.

    "그렇습니다. 융 · 복합이 세계적 추세인데 우리는 너무 내부 지향적입니다.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도 안합니다. 그러니 대한민국 R&D는 실패도 없지만 나오는 것도 없지요. 예전에 미국 스탠퍼드대 학장을 만났을 때 기술 개발을 잘 하는 비결을 물었더니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온리 원'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산적 실패를 용인해야 합니다. "

    ▼기초기술보다 응용기술을 중시하는 R&D 방향에 대해 '국가 R&D는 순수기술이 더 중요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은데요.

    "두 가지 기술을 대립적으로 보면 안됩니다. 순수기술은 한국의 독창적 기술이고,이런 기술을 탑재한 제품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 아닌가요. 그렇게 하려면 대학과 시장이 동떨어져선 안됩니다. 항상 고객이 뭘 원하는지 생각하고 그런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

    ▼CEO 출신은 단기 성과주의에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삼성에 있을 때부터 단기 성과보다 항상 멀리 보고 사람과 R&D를 중시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단기 성과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단기 성과만 좇았다면 그런 성과를 못 냈을겁니다. 국가 R&D는 기업 R&D보다 더 장기적으로 봐야 하죠."

    ▼'애플 쇼크'로 한국이 고부가가치 산업인 소프트웨어에서 주도권을 잃었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최근호를 보면 미국에선 '하드웨어에서 너무 빨리 손을 뗐기 때문에 미국이 산업의 리더십을 뺏겼다'는 자성이 많습니다. 미국 반도체 산업은 인텔뿐인데 반도체는 IT뿐 아니라 나노기술이나 바이오기술에도 다양하게 쓰입니다. 하드웨어를 저(低)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치부해 버리면 안되죠.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합니다. "

    ▼한국 주력산업을 어떻게 보는지요.

    "IT 반도체 조선 등 주력산업은 이제 웬만큼 자긍심도 생겼지만 자만심도 슬슬 일고 있습니다. 자만해선 안되죠.그리고 전략기획단장을 맡고 난 뒤 밖에서 이런 얘기는 잘 안했지만 사실 주력산업이 잘 돼야 합니다.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다고 현재의 먹을거리를 잃어선 안됩니다. "

    ▼평소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하는지요.

    "기술 분야뿐 아니라 문화 역사 등 다방면의 사람들을 만나 영감을 얻습니다. 삼성에서 종합기술원(삼성그룹의 중앙연구소격)을 맡았을 때 직원 가운데 각 분야의 젊고 역량 있는 친구들을 모아 아이디어를 토론하는 '메디치 연구회'란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마음을 열고 교류해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법이지요. "

    ▼연구가 잘 안풀릴 때는 어떻게 하나요.

    "장애물이 생기면 오히려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와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듭니다. 구글 같은 기업은 '업무의 20%는 본업과 상관 없는 일에 쓰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조직에선 그런 게 잘 안되죠.부지런한 한국 사람의 체질과도 잘 안 맞고요(웃음).일은 가급적 재밌고 열정적으로 해야 합니다. 창의적 생각은 여유에서 나온다기보다 열심히하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주용석/서기열 기자 hohoboy@hankyung.com

    황창규 단장은

    황창규 단장(57)은 자타가 인정하는 '스타 CEO' 출신이다. 반도체 집적도가 매년 2배 증가한다는 '황(黃)의 법칙'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꼽힌다. 그가 삼성전자 사장 시절인 2002년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이 법칙은 이전까지 정설로 자리잡고 있던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도가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을 대체하며 세계 반도체 역사를 바꿔놨다. 그가 이끌던 삼성전자는 이 이론에 따라 매년 획기적인 신제품을 내놓으며 세계 반도체 업계의 최강자로 올라섰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반도체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던 1989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메모리사업부 사장,반도체총괄 사장,기술총괄 사장,종합기술원장(사장급)을 거쳐 지난 4월 지식경제부의 R&D 전략을 총괄하는 전략기획단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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