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이 생활필수품 가격 담합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 위원장은 4일 서울 서초동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국식품공업협회 주최 조찬강연에서 "생활 물가와 밀접한 생필품 가격 담합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담합은 '시장 경제의 적'이라는 점을 업체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공정위가 최근 우유를 비롯해 라면 커피 면세유 등 각종 생필품 가격과 관련해 전방위 담합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식품업체들로선 원료 가격 인상과 대형 유통업체의 가격 인하 압력에 이어 공정위의 담합 조사까지 더해져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위원장은 또 대형 유통업체가 강력한 판매망을 이용해 납품업체에 불공정 거래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별도 법률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형 유통업체가 중소 납품업체에 일방적으로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판매 수수료를 과다하게 부과하는 등 불공정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며 "현장 조사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유통 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유통 분야 전반에 경쟁 질서가 확립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식품업체들은 이날 "대형 유통업체들 간 가격인하 경쟁이 납품가격 인하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며 공정위에 제재를 요청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와 식품업체의 관계는 11명과 6명이 하는 불공정 축구 경기와 같다"며 "공정위가 대형 유통매장을 상시적으로 감시해달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