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에 공장 부지 확보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기존 단지가 포화상태에 이른 상태에서 설비 증설과 석유화학 부문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해 새 공장 부지가 필요하지만,이를 쉽게 마련하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다.

1964년 가동을 시작한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SK에너지(옛 대한석유공사)는 물론 1980년대 조성된 충남 대산단지의 현대오일뱅크까지 국내 정유사들은 요즘 바다를 메우고 산을 깎아 공장 부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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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회사 땅이라도 빌려 쓰자

SK에너지는 최근 울산시와 울산 컴플렉스 인근 미포 국가산업단지 내 87만8000㎡(27만평)를 개발,친환경에너지 · 화학생산 공장을 건설키로 하는 내용의 투자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차세대 올레핀 제조공정(ACO)이나 그린폴(친환경 플라스틱) 등 신규 생산설비 건설을 위한 공간을 더 이상 기존 울산 컴플렉스 내에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08년 제3 고도화설비(FCC)를 지을 땐 컴플렉스 바깥의 옛 사택 부지를 활용하고 사유지를 매입해 40만㎡(12만평)를 마련했다. 이 설비는 기존 컴플렉스와 떨어져 있는 탓에 폐수처리시설 등 부대 설비까지 함께 지어야 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SK에너지 울산컴플렉스의 한 관계자는 "울산 공단이 생긴 지 50년 가까이 되면서 업체들마다 땅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며 "MOU를 맺은 지역도 용도 변경이나 지주와의 협상 등이 남아 있어 공장 부지로 쓰기 위해선 시간이 상당 기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매립지를 활용하고 있다. 1968년 150만㎡(45만평)로 시작한 여수공장은 확장을 거듭해 530만㎡(160만평)로 넓어졌다. 담 밖에 지었던 사택이 단지 한 가운데로 들어올 정도로 넓어졌지만 2000년대 들어 추가 부지 필요성이 커졌고,130만㎡(40만평)를 수자원공사로부터 확보했다. GS칼텍스 여수공장의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 부문을 더 강화하기 위해선 추가 부지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 화학업체가 놀리고 있던 인근 매립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했었지만 최근 들어 화학 업황이 좋아지면서 그쪽도 활용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온산공단의 에쓰오일도 사정은 비슷하다. 1976년 창립 당시 110만㎡(32만평)였던 전체 면적은 270만㎡(82만평)로 2.5배 확대됐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공장 인근의 땅을 매입해 100만㎡(30만평)가량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히자 1990년대 중반부턴 바다 매립으로 눈을 돌렸다. 에쓰오일은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3단계에 걸쳐 공유수면 매립공사를 추진해 40만㎡(12만평)의 부지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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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조성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도 165만㎡(50만평)이던 부지를 공장 내 산을 깎고 평탄화하는 방법을 통해 265만㎡(80만평)로 늘렸다.

◆새로 확보된 부지는 신사업 첨병

정유사들은 추가로 확보한 부지에 미래 캐시카우(cash cow)를 담당할 신규 설비를 짓고 있다. 원유 가공에 따른 단순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정유사들의 필수 설비로 떠오른 고도화설비가 대표적이다. 고도화설비는 원유정제과정에서 생산된 벙커C유를 이용해 휘발유,경유,등유 등 값비싼 경질유를 얻어내는 시설이다.

SK에너지가 2008년 2조원을 투자한 제3 고도화설비를 새로 마련한 공간에 지은 것을 비롯해 GS칼텍스는 확보한 매립지의 절반인 65만㎡(20만평)에 제2,3 고도화설비를 잇따라 건설했다. 이달 말 완공을 앞둔 제3 고도화설비가 가동에 들어가면 GS칼텍스의 하루 고도화 설비 처리규모는 21만5000배럴로 38.7%나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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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화 설비를 일찌감치 들여왔던 에쓰오일은 석유화학제품 공장을 건설하는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를 신규 부지에서 진행하고 있다. 내년 6월이면 연 90만t 규모의 파라자일렌과 28만t의 벤젠을 생산하는 설비가 완공될 예정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석유화학부문 생산능력은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며 "영업이익률도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의 대산공장에선 늘어난 100만㎡(30만평)에서 BTX(벤젠 · 톨루엔 · 자일렌)와 제2 고도화설비가 내년 상반기 상업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