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예요. 그런 중국에 대만 정부는 거의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위험천만한 일이죠." 대만 관변 싱크탱크인 중화경제연구원의 우후이린 수석연구원의 지적이다. 그는 양안 관계의 급속한 진전을 '양날의 칼'로 비유했다. 자칫하면 대만도 홍콩처럼 중화 경제권에 흡수될 우려가 있다는 경고다.

전문가들은 대만의 대(對)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심화하고 있는 것을 대만 경제의 최대 한계로 꼽는다. 지난해 대만의 수출액 중 중국(홍콩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어섰다. 미국(11.6%),일본(7.1%) 등의 비중을 감안하면 사실상 '올인' 수준이다. 대만의 해외 투자 가운데 60% 정도는 중국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대중국 투자는 570건,71억4300만달러에 달했다.

우 연구원은 "대만 기업의 상당수가 제조 기반을 중국으로 옮겼다"며 "대만 경제가 올해 되살아난 데는 중국 정부가 4조위안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중국 내수시장 부양에 쏟아부었고,대만 기업들이 여기에서 혜택을 입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대만에 '성장의 보증 수표'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 연구원은 중국의 위험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숫자상으로는 중국이 돈을 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도한 국채 발행 등 정부 재정 적자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폭스콘 연쇄 자살 사건'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대만 기업들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으로 꼽고 있다.

폭스콘은 대만 최대 전자부품 업체인 홍하이 그룹 계열사로,중국 전역의 고용 인원만 80만여명에 달한다. 자사의 기술력에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결합시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비롯 노키아 소니 HP 등 글로벌 전자 · IT 업체의 제품을 위탁생산(EMS) 방식으로 제조하고 있다.

직원 수가 42만명에 달하는 폭스콘 선전 공장 등에서 올해만 투신 자살로 12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27일에는 15명이 동시에 투신을 시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다른 회사에서 1주일이 걸려야 만들 수 있는 것을 폭스콘에서는 24시간이면 된다'는 궈타이밍 회장의 속도 경영론에 따라 폭스콘은 초과 근무 시간이 월 36시간으로 제한된 중국 법규를 어기고,극도의 감시체제 아래 근로자들을 특근과 잔업으로 내몰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중국 경제관찰보는 "폭스콘 사건은 황혼에 접어든 중국의 위탁생산 시대와 농민공 2세대의 충돌"이라고 진단했다.

우 연구원은 "폭스콘 사건은 양안 관계의 진전에 따른 부작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토종 업체들이 대만 기업을 경쟁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중국 정부가 원하는 것도 대만의 기술력을 빨리 습득해 결국 자국 제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이베이=박동휘/조귀동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