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공대, 헬기 레펠로 갑판 도착 뒤 발포"

이스라엘 해군이 31일 구호품을 싣고 팔레스타인 가자항으로 향하던 국제인권단체의 구호선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포, 인권단체 단원 10여 명이 숨졌다.

인권단체 단원들은 이스라엘군 소속 특공대가 헬기 레펠을 이용, 선박 갑판에 내린 뒤 민간인들을 향해 발포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스라엘 정부는 단원들이 먼저 폭력을 휘둘러 자위권을 행사하던 중 발생한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당시 충돌이 벌어진 선박에 타고 있던 아랍권 위성 보도채널 알-자지라와 터키 NTV가 촬영한 장면 등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다.

31일 오전 5시(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130km 떨어진 공해상.
이스라엘 해군 함정들이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탐조등을 밝히며 국제인권단체 `프리 가자 운동(Free Gaza Movement)' 소속 구호선들을 포위하자 긴장감이 고조됐다.

`마비 마르마라'호를 비롯, 선박 6척으로 구성된 구호선단(Freedom Flotilla.자유함대)은 30일 동지중해 키프로스를 떠나 31일 오전 가자항에 입항할 예정이었다.

6척의 선박에는 터키, 그리스 등 40개국 600여 명의 시민 운동가들이 나눠 타고 있었으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전달할 건축자재, 의약품, 교육용 기자재 등 구호품 1만t이 실려 있었다.

선박의 단원들은 구호선단이 가자항을 향해 계속 운항할 경우 강제 나포하겠다는 이스라엘의 방침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스라엘군이 선박 정선을 명령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오자 적지 않게 당황한 것으로 보였다.

마르마라호의 마지막 표지등 문구는 "도와달라, 이스라엘인들이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였다.

가자지구를 향한 더 이상의 운항을 막기 위한 이스라엘군의 마르마라호 진입 작전은 민첩하고도 신속하게 진행됐다.

이스라엘 특공대원들은 헬기에서 레펠을 이용해 마르마라호 갑판 위에 속속 발을 디뎠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단원들은 갑판에 대기하고 있다가 특공대원들이 갑판에 내리는 순간 곤봉을 휘두르며 저항하는 모습도 화면에 보였다.

그러나 단원들의 저항은 총기 등 중화기를 지닌 특공대원들의 위력에 밀려 이내 진압되고 말았다.

취재 중이던 터키 기자는 카메라를 향해 "이 야만인들이 여기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도와달라"고 다급하게 외쳤지만, 이스라엘 언어인 히브리어로 "모두 입닥쳐"라는 소리가 뒤따랐다.

방송매체들의 화면에는 이스라엘 특공대원들이 단원들을 향해 직접 총격을 가하는 장면은 잡히지 않았다.

다만 선실 복도 곳곳에 쓰러진 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부상자들의 모습과 피가 흥건한 이동식 들것을 들고 황급히 움직이는 단원들의 모습에서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다.

프리 가자 운동은 특공대원들이 잠을 자고 있던 민간인들에게 직접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갑판 위에 있던 알-자지라 기자는 구호선이 항복을 의미하는 백기를 올렸음에도 특공대원들이 총격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그러나 특공대원들이 배에 도착하는 순간 단원들이 쇠파이프, 칼, 화기 등 각종 무기로 특공대원들을 공격했다며 사전에 모의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의 작전으로 인해 숨진 단원들은 19명, 부상자는 36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특공대원들도 여러 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구호선단은 이스라엘 해군 함정의 호송 아래 현재 이스라엘 아슈도드 항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