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들이 계열 상장사에 대해 대체로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어 분석의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계열사이므로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고는 주장하지만 부정적인 평가는 찾아볼 수 없어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화증권은 31일 생명보험업종에 대한 첫 분석보고서인 '생명보험회사는 채권이 아니다'를 내고 대한생명을 '최선호주'로 추천했다. 대한생명은 한화 계열사들이 지분 50.26%를 보유하고 있다.

박석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성장성이나 효율성면에선 삼성생명이 훨씬 좋지만 가격이 여전히 부담스럽다"며 "그에 비해 대한생명은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제표를 개선할 수 있는 여력을 마련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목표주가는 이날 종가인 7600원보다 31.5% 높은 1만원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선 5월 들어 대한생명의 주가가 급락하자 한화증권이 계열사 주가 부양을 위해 지원사격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상장 이후 제자리걸음을 걷던 대한생명 주가는 5월 들어 17% 넘게 밀려났다. 공교롭게도 삼성생명이 상장된 지난 12일 이후 주가 낙폭이 확대되면서 두 달 만에 공모가(8200원)를 깨고 내려섰다.

이 외에도 증권사들이 계열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동부증권은 동부화재를 보험업종 '톱픽'(최선호 종목)으로 추천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아이폰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안드로이드에 기반한 삼성 스마트폰이 그간의 우려를 단한번에 잠재울 정도의 파괴력을 보일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또 삼성테크윈과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에 대해서도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SK증권은 SK텔레콤과 SKC SK브로드밴드 SK네트웍스 등 대부분의 계열사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규정상 계열사의 지분을 5% 이상 직접 보유하고 있을 때는 해당 기업을 분석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반면 1% 이상 5%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나 계열 관계인 경우엔 보고서 말미에 해당 사실을 고지하기만 하면 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분석의 독립성 확보에 대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계열사에 대한 분석을 금지할 경우 커버리지(분석 대상 기업)의 형평성이 깨지는 문제도 있어 지금은 계열사 분석에 대한 제한이나 규제는 따로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