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아이리스'에는 영상폰을 이용해 정보기관 요원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의 위치와 신상을 즉각적으로 파악해 통화하는 첨단 기술이 등장했다. 한 대의 전화기로 음성 · 영상 통화는 물론 데이터 전송까지 처리할 수 있는 인터넷(ALL-IP)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이는 통신장비업체 시스코의 '텔레프레즌스' 등을 협찬받아 구현한 것인데 당시 시스코와 이 장면 촬영을 위해 공동작업을 한 곳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보기술(IT)업체 다이멘션데이터다.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하지만 다이멘션데이터는 아프리카 대륙의 최대 IT기업이다. 네트워크 및 통신장비 등의 사업을 통해 한국 최대 시스템통합(SI)업체 삼성SDS보다도 많은 연간 5조원의 매출을 올린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만난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브렛 도슨 사장(사진)은 "올해부터 '한국,다이멘션데이터를 만나다'란 주제로 3년에 걸쳐 브랜딩 캠페인을 시작한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회사가 아시아에서 첫 실시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이다. 남아공 업체가 한국에서 왜 이런 캠페인을 전개할까. 도슨 사장은 "IT 선진국인 한국에서 다이멘션데이터의 성과를 인정받는 것이 글로벌 비즈니스에 엄청난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이멘션데이터는 남아공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매출의 80%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에서 나온다. 이 회사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영향력 및 매출 확대를 위해 IT산업이 가장 발달한 한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도슨 사장은 "한국은 다이멘션데이터가 협력할 수 있는 기업들이 많고 성장 가능성도 높은 나라"라며 "거꾸로 한국의 기술을 아프리카에 들여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이멘션데이터는 오는 11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개막하는 남아공월드컵의 경기장 10개 중 5개의 보안,출입통제,IP 등 IT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번 월드컵 경험을 기반으로 향후 2012년 런던올림픽,2014년 브라질월드컵,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 등에서도 경기장 인프라 등을 구축하는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이동통신사,SI업체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한국의 SI기술이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지만 아직 한국의 많은 SI업체들이 국내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교통카드시스템,도시 IT 인프라 및 통신망 구축 등에 있어서 한국 기업과 손잡고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도슨 사장은 또 "아프리카 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는 크게 이로울 것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회사 발전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