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공모가 결정 잇따라…청약도 비교적 흥행

삼성생명 청약 열기와 유럽 재정위기 '쇼크' 등으로 냉온탕을 오갔던 공모시장이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삼성생명이 부진한 주가 움직임을 보이면서 과도한 청약 기대는 진정된 상황이다.

여기에 증시가 한때 '패닉'에 가까운 급락세를 보이자 환영철강공업, 교보-KTB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이 상장 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중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한 가운데 증시도 유럽발(發)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면서 공모시장도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다만 당분간은 삼성생명ㆍ만도와 같은 대어급 공모주(株)가 없어 차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삼성생명 효과' 유효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케이엔디티앤아이는 희망범위(7천~ 8천500원)에서 가장 높은 8천500원으로 공모가를 정했다.

솔라시아와 실리콘웍스도 높은 수준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내달 1일 상장하는 투비소프트는 희망범위(6천500~ 7천500원)를 웃도는 8천원에 공모가를 책정했다.

이연제약의 공모가격이 희망범위(1만6천500원~1만8천원) 하단인 1만6천500원으로 결정됐지만 전반적으로는 '후한 몸값'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일정 연기도 크게 확대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갑작스러운 증시 조정으로 회사 가치가 예상보다 늦게 평가받자 환영철강이 상장일정을 철회했고 이어 교보-KTB 스팩이 뒤따랐다.

하지만 다른 업체들은 예정대로 청약 일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공모가가 높은 수준임에도 청약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투비소프트는 일반공모 청약에서 1천25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실리콘웍스의 청약 최종 경쟁률은 113.89대 1이었다.

우리투자증권 조광재 IPO2 팀장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시장이 갑자기 조정받으면서 일부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지만 발행시장이 꺾였다고 볼 상황은 아니다"며 "삼성생명 이후로 기관 매수세가 늘면서 상당수 업체는 순조롭게 공모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새내기株 호조…청약심리 '버팀목'
'삼성생명 효과' 이외에 유가증권시장 새내기주들이 견조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점도 청약시장의 기대감을 유지시키는 요인이다.

공모시장은 시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새내기주 주가가 좋으면 공모주 기대감이 커지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가증권에 상장한 9개사(스팩 포함)는 공모가 대비 평균 15.09% 상승률을 보였다.

보험주의 전반적인 조정 속에 삼성생명이 1.82%, 대한생명이 10.00% 내렸지만 락앤락은 111.78%, 지역난방공사는 22.67%, 만도는 51.81% 올랐다.

코스닥 상장사 23개사는 평균 8.07% 하락률을 보였지만, 유가증권 수익률이 청약시장 심리를 많이 좌우하는 편이다.

이달엔 삼성생명과 만도가 핵심이었다.

삼성생명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면서 공모 투자자들을 실망시켰지만 만도가 위안이 됐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로 유통시장과 더불어 공모시장이 무너졌을 수 있었는데 만도가 버팀목이 됐다"며 "기관들도 삼성생명에서 본 손실을 만도로 회복했다"고 전했다.

◇공모시장 '쉬어가기'…증시흐름 주목
당분간은 공모시장을 달굴 '대형어'가 없는 상황이다.

6월에는 스팩 4개 종목을 제외하면 케이엔디티앤아이(3~4일)와 유비벨록스(9~10일), 처음앤씨(10~11일), 웅진에너지(21~22일)가 청약에 나선다.

웅진에너지가 1천억원대 규모로 공모를 진행하며 나머지 3개사는 100억원 안팎의 소규모다.

게다가 반기보고서 제출기간과 겹치는 7~8월은 계절적으로 공모 비수기에 해당한다.

코스피시장 흐름을 지켜보면서 하반기부터 다시 공모열기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큰 공모건은 없지만 꾸준히 청약 일정이 이어지고 있기에 공모시장의 불씨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