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베이징의 토지경매장에서는 푸상거리의 상업용지 등 4건의 경매가 유찰됐다. 한 달 전 예상 가격보다 34%나 낮은 수준에 입찰가격이 공고됐지만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국유기업의 부동산 투자가 금지되는 등 '큰손'들이 대거 시장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냉랭해지면서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민간투자가 줄어들면서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물가상승과 무역흑자 감소 등이 겹치면서 "중국 경기가 경착륙할 우려가 있다"(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주목되는 부동산 시장 급랭

정부가 보유세 등 강력한 수단을 도입할 것이라는 우려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은 거래와 가격이 동반 추락하고 있다. 특히 상하이시는 보유세와 유사한 형태의 새로운 부동산 세제를 다음 달부터 시범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주택컨설팅업체인 서우펀에 따르면 상하이 베이징 등의 5월 상반기 주택 거래량은 전달에 비해 50~60% 이상 격감했다. 일부 주택은 고점 대비 가격이 30%나 급락하는 등 가격 하락 조짐도 역력하다. 상하이시의 경우 최근 일주일 동안에만 가격이 16%나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07년에도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나섰다가 경제가 급격한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다"며 "상하이종합지수가 지난달 중순 이후 20%나 하락한 것은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며 투자 위축은 물론 부실채권 증가에 따른 대출 감소로 기업들의 자금난이 고조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상하이데일리는 최근 "정부의 부동산 가격 억제로 지방정부의 토지 매각이 불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지방 재정이 큰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지방 재정 위기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중국 경제의 성장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반기 경기 둔화 불가피할 듯

올 들어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정부의 통제 목표인 3% 안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체감물가는 이보다 훨씬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집값이 크게 오른 데 이어 농산물값까지 폭등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26일 "20여종의 주요 농산물 가격이 올 들어 2배나 올랐다"며 "농산물 가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도 높다"고 전했다. 농산물 출하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올해 냉해와 가뭄으로 수확이 부진해 농산물 가격은 더욱 오를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출도 성장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은 지난달 16억8000만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전월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흑자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87% 줄었다.

훠젠궈 중국 상무부 국제경제무역연구원장은 "유럽 재정위기로 중국의 올해 무역흑자는 500억달러 수준으로,작년 1961억달러의 25%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희곤 우리투자증권 베이징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 경기 둔화로 고정자산투자가 감소하고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수출 회복세도 불투명하다"며 "중국 경제는 2분기를 고점으로 둔화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3~6개월 후의 경기동향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의 상승률도 5개월 연속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아직 경착륙을 우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박승호 베이징스콜코보연구소장)는 분석도 있다. 바트 반 아크 컨퍼런스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과열 우려에서 멀어지고 있지만 성장세는 아직 유지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도 아직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베이징=조주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