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유리 업계가 올 하반기에 결론이 날 예정인 두 가지 현안을 놓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판유리 제품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 기간이 끝나는 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격담합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건설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두 현안의 처리 결과에 따라 막대한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판유리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KCC와 한국유리(한글라스)는 지난달 말 지식경제부 산하 무역위원회에 '중국산 판유리에 대한 반덤핑관세를 연장해달라'는 내용의 재심신청서를 제출했다. 무역위원회가 2007년 10월 국내에 들어오는 진징그룹,칭다오플로트글라스 등 중국의 10여개 업체 제품에 부과한 반덤핑관세가 오는 10월 말로 끝나는데 이를 3년 더 연장해달라는 것이다.

현재 국내 판유리시장은 KCC와 한국유리의 점유율이 80%가량에 달하는 가운데 중국과 동남아산 제품이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업체의 점유율이 높긴 하지만 반덤핑관세가 종료되면 국내산보다 훨씬 저렴한 중국산 판유리가 대거 수입되면서 국내 업체는 고사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게 업계의 우려다.

한국판유리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판유리 제조업체는 두 곳인 반면 중국엔 무려 220개 업체가 있어서 가격경쟁력은 비교가 안 된다"며 "(중국산 제품은)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지금도 국내산보다 10%가량 싼데 관세가 없어지면 그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역위원회는 업계의 재심신청에 대해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반덤핑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조사가 시작되면 중국 현지 실사 등을 거쳐 이르면 연말께 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중국산 판유리에 대한 반덤핑관세 종료와 더불어 국내 업계를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공정위의 가격담합 조사다. 공정위는 KCC와 한국유리가 2006년 11월부터 가격을 담합해 판유리값을 40~50% 인상했다는 혐의에 대해 지난해 3월 조사에 착수했다. 두 업체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직후 가격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했지만 공정위는 두 업체가 조사 개시 이후에 자진 신고한 것이라고 판단해 1년 넘게 담합 여부를 캐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두 회사의 가격담합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하반기께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담합이 이뤄진 2006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두 업체의 매출 합계는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담합의 경우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는 공정위 규정상 조사 결과에 따라선 두 업체에 1000억원가량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정책으로 판유리 수요가 되살아나는 분위기지만 아직도 정상화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반덤핑관세와 가격담합이란 내우외환에 판유리업계가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명/서기열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