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국서 발생한 일 마음 아파"
유엔 안팎 "공정성 문제 직면할 수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4일(현지시간) 숨길 수 없는 모국 본능을 표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날 월례 기자간담회의 첫 화두로 천안함 침몰 사건을 꺼냈다.

현재 유엔에서 논의 중인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나, 이란의 핵 문제 등 민감한 현안들도 천안함 다음 순위로 밀려났다.

그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제 조사팀이 제시한 증거들은 `거부할 수 없고 압도적인(compelling and overwhelming)' 것"이라면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대한민국 시민으로써 이는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취임후 모든 현안에서 매우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합리적이려고 노력해 왔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나는 진심으로 안보리가 이 문제를 다뤄서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이 사건에서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는지, 중국에 어떤 메시지를 보낼 생각이 있는지 등과 관련한 질문이 잇따르자,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사무총장으로서 나는 공정하길 원하고 있으며 이 사건에 대한 개입이나, 더 이상의 대답은 제한하고 싶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또 다른 기자가 반 총장이 이 사건을 더 특별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그는 "이 사건은 지난 40-50년간 일어났던 수차례의 북한에 의한 도발들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것들 중 하나"라면서 한국의 외교관으로 있으면서 자신이 남북 간 협상에 참여했던 몇 가지 사례까지 거론하면서 "그 때문에 나는 매우 강한 애착과 심지어 책임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 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한반도에서 발생한 이 사건을 보는 나는 매우 고통스럽다"며 "그곳은 나의 조국(motherland)"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중국이 반대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필요성에 대한 견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안보리가 다뤄야 할 문제인 만큼 안보리에 그 답을 남겨놓겠다"면서 "그러나 한국 대통령이 이 사안을 안보리에 회부할 것이라고 밝혔고, 매우 활발한 협의가 주요 안보리 회원국 간에 이뤄지는 만큼 국제평화와 안보를 유지할 책임을 가진 안보리가 이 사안이 갖는 중대성에 걸맞은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다만 "이 사건에도 유엔의 대북 인도적 원조는 계속될 것"이라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유엔의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회견이 끝난 뒤 워싱턴 포스트 기자 출신으로 현재는 유엔 개인 블로거로 활동 중인 칼럼 린치는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 어뢰에 의한 한국 군함 침몰 사건은 반 총장에게는 어떤 국제적 위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면서 "이는 한국전 당시 북한군의 침공으로 고향을 버리고 피난길에 올라 배고픔을 견뎌야 했던 그의 개인사와도 무관치 않다"고 적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사태는 반 총장이 심리적으로 가까운 국제 분쟁을 대처하는 데 있어 얼마나 독립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또 그의 연임을 방해할 권한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자신의 모국 사이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이슈에 대한 그의 기질을 떠보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안으로 그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은 "반 총장은 취임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중국 압박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는 그의 사무총장 선출에 지지를 보냈던 중국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행동"이라고 말했고, 전 유엔주재 뉴질랜드 대사를 지낸 콜린 키팅은 "자신의 모국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안보리 현안에 직면했었던 이전의 사무총장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린치는 전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