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신흥도심 샌톤(Sandton)지역에 거주하는 치 마나데씨(여 · 33)는 정보기술(IT) 업체에서 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다. 직장생활 7년여 만에 아우디 A6를 구입하고 최신 구찌백을 메고 다니는 그녀는 전형적인 '블랙 다이아몬드'.그녀의 휴대폰은 삼성전자의 최신폰 'GT-E2120'이다. 마나데씨는 "삼성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부유층이라는 이미지를 준다"며 "친구들도 대부분 삼성폰을 쓴다"고 말했다.

앙골라 루안다의 도심가 후암보에 있는 LG전자 매장.지나가는 이들마다 한번씩 발걸음을 멈추고 쇼윈도 안의 에어컨과 TV 등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매장을 살펴보던 일다 사미비씨(35)는 "이사 갈 집에서 쓸 LG 에어컨을 보러 왔는데 TV나 냉장고에도 마음이 간다"며 "앙골라에서 안정된 직장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LG 에어컨을 쓰고,돈이 더 있으면 LG TV를 사곤 한다"고 밝혔다.

◆검은 대륙에도 '한류 열풍'

아프리카 전역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어디에서든 삼성 · LG 휴대폰을 든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차량행렬에는 현대의 아반떼나 i10(i30의 글로벌 모델),GM대우의 시보레(마티즈의 글로벌 모델)와 티코 등이 적지 않다.

아프리카에서 중국 사람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히는 앙골라.'차이나 파워'가 막강하다고 하지만 에어컨 시장을 보면 상황이 다르다. 도심의 아파트나 호텔 외벽에는 층층마다 LG 에어컨 실외기가 내걸려 있다. 앙골라 전체 에어컨 3대 중 1대는 LG 제품이다.

중국의 미데아(Midea),하이얼(Haier),옥스(Aux)등의 제품도 팔리지만 중국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을 다 합쳐도 LG에 못 미친다. LG의 주력제품은 6평형 벽걸이형으로 가격은 대당 600~700달러 선.400달러 선에 팔리는 중국 제품보다 30% 이상 비싸다.

남아공에선 현대자동차가 '질주'하고 있다. 현대차의 신형 i30 모델은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총 502대 팔렸다. 올초 출시한 남아공에서는 3월 말까지 797대 판매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아프리카 전역에서 팔린 대수보다 훨씬 많은 실적을 남아공에서 1분기 만에 거둔 것.지난해 아프리카 전체에서 1000여대가 팔린 쏘나타도 올초 남아공에서 판매를 시작한 뒤 1분기 만에 259대가 팔렸다. 현대차의 아프리카 수출규모는 1976년 포니 수출 이후로 2005년까지 10만대에 불과했지만,지난 한 해 동안 8만1600대를 기록했다.
◆'한국식 서비스'로 인기

아프리카에서 한국 제품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산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면서 가격이 적절하기 때문이다. 신흥 중산층인 '블랙 다이아몬드'들에 한국산 제품은 일종의 신분 과시용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이 아프리카 진출 전략을 다시 짜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중동과 아프리카를 함께 묶어 관리하던 관행을 버리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공략하기 위해 아프리카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또 기존 대도시 위주 판매전략을 중소도시로 넓히기 위해 아프리카 지역 총괄 직제도 도입했다.

한국식 서비스 개념을 도입,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도한 LG전자 앙골라 지사장은 "특정 회사 제품을 모아놓은 브랜드 숍을 찾아보기 힘든 앙골라에 7곳의 점포를 신설했다"며 "이달 말부터 에어컨 1년 무상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상 애프터서비스는 앙골라 전자제품 업계를 또 한번 놀라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김 지사장은 덧붙였다.

◆적극적인 사회공헌…"생큐 코리아"

"딸에게 세 끼 밥을 먹이고 공부시킬 수 있게 돼 하루하루가 꿈만 같아요. " 남아공 최대 슬럼가인 카일리차(Kyayelitsha) 출신의 싱글맘 나타샤 마이클씨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하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 남아공 법인에 취직을 했기 때문.그녀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비영리 단체인 IYF와 함께 실시하는 청년교육 프로그램인 '삼성 리얼 드림 프로젝트'에 참가,컴퓨터 교육을 받고 바로 삼성전자에 입사할 수 있었다.

나타샤의 사례는 삶이 고달픈 한 개인의 구제를 의미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사례들이 모이고 모여 외국 기업을 배타적으로 보는 현지인들의 마음을 열고 지갑을 열도록 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이 최근 아프리카 시장에서 대대적인 사회 공헌 사업에 나서는 이유다.

LG전자는 17세 이하 청소년의 범죄율이 43%에 달하는 요하네스버그에서 지난해부터 'Crime Line'(범죄의 마지노선)이라는 청소년 범죄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심리 치료 및 동기 부여 전문가인 앨런 헤일씨는 "LG전자는 남아공에서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어린 학생들의 영혼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남아공 법인 관계자는 "남아공월드컵은 FIFA 공식 파트너인 현대차를 비롯해 한국 기업들에 더할 나위 없는 브랜드 제고 및 판매 증가의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 · 루안다(앙골라)=임원기/이상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