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 넘어 중소형 '멀티칩'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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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기술로 여러업종서 매출 올리는 장비·부품株
위험분산 효과…녹색산업 확대로 성장성도 갖춰
위험분산 효과…녹색산업 확대로 성장성도 갖춰
"우리 회사 매출을 보면 국내 산업의 전반적인 업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코스닥 기업 하이록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매출 1016억원을 올린 중소기업으로선 지나친 자신감인 듯싶다. 하지만 매출 구조를 들여다보면 허세가 아니다. 하이록코리아가 생산하는 소형 배관부품은 해양 플랜트를 비롯해 석유화학,발전설비,산업기계,철도차량,반도체 등 국내 주력 산업에 고루 납품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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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분산하는 업종 포트폴리오
멀티칩의 강점은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다양한 거래선을 갖춘 것이다. 하이록코리아 측은 "특정 산업 업황이 나빠져도 다른 산업에서 보완할 수 있어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유지한다"며 "지난해 주력이던 석유화학 분야 매출 감소분을 조선업체들의 해양 플랜트 수주 증대로 메운 게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원전 수혜주로 관심을 모았고 브라질 고속철 테마주,해양 플랜트 관련주로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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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중공업 역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강점으로 꼽힌다. 이 회사의 사업은 방위산업과 자동차부품사업 공작기계 등에 걸쳐 있는데,1분기의 경우 방산 부문의 꾸준한 질주 속에 차량부품 사업의 턴어라운드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7% 급증했고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6% 늘었다. 지난달 하순 1만4000원대에 머물던 S&T중공업의 주가는 실적 개선에 힘입어 이달 들어 1만700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유철환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준비 중인 풍력발전 부품 사업과 항공 파워트레인 사업 역시 이 회사의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핵심 장비 · 부품업체 각광
멀티칩은 장비나 부품을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 주로 찾을 수 있다.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과 달리 다양한 산업에 필요한 핵심 장비 · 부품에 경쟁력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중심의 '블루칩'처럼 멀티칩이 중소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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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으면서 새로운 멀티칩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로 정보기술(IT)과 조선 관련 장비 · 부품업체들이다. 이는 반도체 제작에 쓰이는 폴리실리콘과 관련 가공장비가 태양광 발전에도 쓰이고 풍력산업에는 조선에 사용되는 샤프트,베어링,철제 구조물 등이 특별한 가공 없이도 폭넓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안정성에 성장성 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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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 녹색산업의 성장에 따라 멀티칩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종합 전력용 콘덴서 생산업체인 삼화콘덴서는 스마트그리드가 활성화되면 관련 사업 분야가 자연스럽게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차전지용 배터리 보호회로를 생산하는 넥스콘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전기차가 상용화되면 노트북 25%,휴대폰 66%인 관련 매출이 자동차까지로 확장될 것"이라며 "5년 뒤 얘기지만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정부가 제주에서 진행하는 스마트그리드 시범사업 참여 업체로 선정됐다.
멀티칩 기업들은 기존 사업에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해 기존 사업과 무관하게 녹색사업에 진출한 단순한 녹색테마주와는 차이가 있다. 허문욱 KB투자증권 팀장은 "기존 사업 분야와 신규 사업 영역의 비중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배분됐느냐에 따라 발휘하는 시너지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노경목/강현우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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