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nudge)'라는 말은 '팔꿈치로 꾹 찔러준다'는 뜻이다. 누군가 무슨 일을 잘못하거나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팔꿈치로 슬쩍 쳐서 오류를 바로잡아줄 때 쓰는 말이다.

이 용어가 알려지게 된 것은 행동경제학자인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와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의 공동저서 '넛지' 덕분이다. 이들은 팔꿈치로 살짝 밀어주는 정도의 개입으로 인간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이론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반영돼 더욱 화제를 모았다.

주류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기반 위에서 이론을 발전시켜왔지만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결코 합리적이지 않으며 모순적이고 비경제적인 행동을 한다는 주장을 편다.

이는 골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골프에 넛지 이론이 필요한 이유는 그동안 우리가 지나치게 완벽함을 추구해왔다는 자각에서 출발한다.

골퍼들이 접하는 레슨과 이론은 대부분 타이거 우즈와 같은 프로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사실 정상급 교습가나 프로들이 주장하는 골프 스윙의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아마추어는 거의 없다.

생각해보라.'헤드업'하지 말라고 했는데 금세 잊어버리기 일쑤고,왼쪽으로 치고 싶었는데 오른쪽으로 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또한 깊은 러프에서는 페어웨이우드를 치지 말라고 동반자에게 조언하고는 똑같은 상황에서 우드를 들고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는가.

넛지에는 대조적인 두 유형의 인간 '이콘'과 '인간'이 나온다. 이콘은 '매우 합리적이고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인간',즉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의 줄임말이다.

하지만 현실에는 허점 투성이의 인간이 더 많다. 넛지 이론은 이런 인간의 편에서 생각한다. '이걸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식의 경고성 금지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똑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부드러운 개입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골프에도 대조적인 두 유형의 인간,즉'프로'와 '아마추어'가 있다.

스윙 이론,레슨,클럽 제작,룰,코스 설계 등 대부분은 프로선수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아마추어는 이를 따라하도록 강요받아 왔다. 이제 아마추어를 위한 부드러운 개입,'넛지 골프'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골프팀 차장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