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지난 11일 정부의 수정안을 받아들임으로써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에 대한 기본 틀이 마련됐다. 하지만 타임오프 인정 범위가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은 데다 타임오프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도 수그러들지 않아 7월1일부터 제대로 시행될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과 한국경제신문은 타임오프 정부고시를 하루 앞둔 13일 '타임오프제도의 발전방향과 노사관계의 미래'란 주제로 제11차 월례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선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에 등장할 쟁점과 보완 대책 등에 대해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타임오프 해석 논란 많아

참석자들은 타임오프가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뤄져 법조항 해석을 두고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법상 타임오프 적용 범위가 전임자에 대한 것인지,다른 근로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인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노동법 제24조 4항은 임금의 손실 없이 조합활동을 할 수 있는 자를 전임자가 아닌 근로자로 규정해 타임오프가 노조 전임자의 유급활동범위를 정한 것인지 혹은 노조 전임자를 비롯한 모든 근로자까지 포함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사업장의 규모나 업무의 성격상 노조 전임자를 두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조합원 중에서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 조합업무를 수행할 담당자를 정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하지만 조합원 중 누구를 정하느냐도 차후 과제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수정안에 포함된 상급단체 파견자의 임금 보전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벌어졌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사협력적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가 기금을 지원해 주는 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고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이번 지원은 재계의 기금출연을 통해 투명하게 이뤄지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기설 한국경제신문 노동전문기자는 "정부가 편법으로 상급단체 전임자의 임금을 지원하는 것은 정당성을 상실한 포퓰리즘적 땜질 처방이어서 타임오프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윤 기자는 또 "상급단체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2년 동안만 하기로 했는데 2년 후에는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열린다"며 "그 시점에서 정치적 결탁이 이뤄질 경우 지원을 쉽게 중단하지 못한 채 갈등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경제학)도 "사용자가 기금을 만든다는 것은 또 다른 변칙적 재정 지원"이라고 비판했다. 남 교수는 "상급단체에 오랜 기간 파견돼 직무수행 능력을 잃어버린 전임자들은 사업장 복귀가 어렵다"며 "사용자의 기금 출연보다 일자리 중개와 같은 인재 서비스 사업을 통해 필요한 비용의 일부분을 사측이 지원한다면 파견자 임금 문제도 해결하고 사회적 수요도 충족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복수노조 시행되면 혼란 가중

내년 7월부터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타임오프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타임오프가 사업장 내 모든 노동조합에 균등하게 보장돼야 할지,노동조합의 내부 합의로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해 이견이 있다는 것.대표노조가 아니라 해도 헌법상 단결권 행사는 보장돼야 하므로 조합활동의 자유가 있고 이 경우 최소한의 유급 근로면제시간은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대표노조가 이와 배치되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경우 공정대표의무 위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지순 교수는 "예를 들어 타임오프가 1만시간인 사업장의 소수 노조가 전체 조합원의 20%를 차지한다면 2000시간을 떼줘야 하는데 이를 두고 노노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이에 대해선 내년 7월 이전에 근면위에서 해석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는 "A노조와 B노조의 조합원 수 비율이 60 대 40인 상황에서 공정대표 의무를 지킬 경우 A노조는 타임오프 대상의 60%를 가지고 B노조는 40%를 갖는 게 합리적이지만 다수노조는 교섭 등 노조살림을 책임지는데 조합원 수 비율로 배분하면 다수노조가 오히려 불이익을 더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노동운동,도덕성 높여야

토론 참석자들은 개정 노동법이 시행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고 법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노사관계 선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조합원의 비용으로 임금을 받게 되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투쟁일변도에서 보다 전문화된 노동운동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지금까지 노조는 재정적으로 사측에 종속된 채 채용비리와 인사비리 등 도덕성과 사회적 책무를 등한시하는 노동운동을 했고,'노조'하면 머리띠와 쇠파이프를 연상케 하는 부정적 인식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정 위원장은 "분배만을 강조하는 이기적인 노동운동에서 벗어나 기업이 건강하게 운영되는지 등에 관심을 가져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사문화 선진화를 위해선 사용자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강성 삼육대 교수(경영학)는 "법이 정해졌다면 이제 책임은 사용자에게 넘어갔다"며 "일본의 자동차산업노련,전자산업노련 등의 대표를 만나보면 노동운동가인지 사용자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회사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