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남산자락(응봉공원)에 위치한 서울파트너스하우스 한강홀.서울지역 중소기업인과 해외 바이어 60여명이 수출상담을 벌이고 있었다. 이날 상담은 서울시가 KOTRA와 함께 중소기업을 위해 마련한 바이어와의 만남의 자리였다.

이곳에서 만난 김현경씨(명지대 아랍어과)는"요르단에서 온 중고차 바이어 통역을 맡았는데 협상이 잘돼 중소기업 임원과 함께 중고차 물건을 보러 장한평으로 갔다"고 소개했다.

서울파트너스하우스가 개관한 지 1년도 안돼 중소 수출기업을 위한 비즈니스 허브로 자리잡고 있다. 작년 9월 말 개관 이후 7개월여간 이곳에서 맺어진 수출계약액은 무려 8000만달러.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누적으로 1억5000만달러를 넘을 것이란 예측이다.

중소기업 사이에서 '수출상담 메카'로 통하는 이곳은 원래 서울시장이 임기 동안 가족과 함께 거주할 공관을 지을 땅이었다. 서울 성곽 복원계획으로 철거되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시장 공관을 대신하기 위해 서울시가 이 땅을 마련,작년 1월까지 공관용 건물골조 공사까지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꺾이자 작년 2월 오세훈 시장이 공관을 포기하고 서울지역 중소기업을 위한 비즈니스센터로 용도변경할 것을 지시했다. 이 때문에 현재의 혜화동 공관이 철거되면'6 · 2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제5기 민선서울시장은 당분간 집(공관) 없는 설움(?)을 겪게 생겼다.

서울파트너스하우스는 최고급 시설을 갖춘 비즈니스 장소라는 평가다. 3012㎡의 널찍한 땅과 연면적 2966㎡ 규모인 지하 2층~지상 3층 건물에는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한강홀,세미나실,비즈니스룸과 9개의 호텔급 객실(게스트룸)이 들어서 있다.

외국인 바이어들이 묵을 수 있는 게스트룸의 하루 이용료는 5만원(스위트룸은 8만원)에 불과하다. 하루에 25만~30만원 하는 시내 호텔의 5분의 1 수준이다. 객실과 함께 세미나실,비즈니스센터 등 시설을 모두 이용해도 하루 8만원이면 충분하다. 이날 수출상담회에선 객실이용료(2일 기준)와 통역서비스 등을 모두 무료로 지원했다. 이러다 보니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파트너스하우스에 머물고 있는 카지아미늘 하크씨는 "시설이나 서비스 수준이 특급호텔 못지 않은 데다 내부시설 디자인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어 대만족"이라며 "귀국하면 지인들에게도 파트너스하우스를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2000명 가까운 해외 바이어들이 이곳에 투숙했다. 사용일수 한도인 14일간 머물렀던 바이어도 있었다.

서울시장 공관의 이 같은 변신은 최근 비난여론이 거세진 지자체들의 초호화 청사논란과는 대조적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서울파트너스하우스 박기태 과장은 "지난해 9월 개관 당시 객실 가동률 목표를 65%로 잡았지만 실제로는 객실 · 세미나실 모두 74%를 넘어 서울시내 1급 이상 호텔(73%)보다 높다"며 "기업들이 쉬는 일요일이나 공휴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10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