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컨설팅기업 AT커니 분석 결과 금융위기 때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업계 평균보다 15% 높았다.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기업들은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따른 적응력과 복원력이 뛰어난 것이다. 개인들의 변화도 감지된다. 최근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 MBA 졸업생 가운데 50%가 사회적 책임에 대해 충실한 기업에서 일할 수 있다면 연봉 삭감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마켓 3.0》에서 필립 코틀러 교수는 상품으로 승부하는 1.0 시장 및 서비스,고객만족으로 승부하는 2.0 시장을 넘어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 동참하는 '3.0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사람들의 영혼을 움직이는 자가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점유율을 넓혀가며 수익도 거둘 수 있게 되는 것이 '3.0 시장'의 특징이다. 이 책은 2004년 출간된 그의 저서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국내에서는 '필립 코틀러의 CSR 마케팅'으로 번역 · 출간)의 논리적 완결판이기도 하다.

고객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1.0 시장에서는 물리적 필요를 지닌 대중 구매자,2.0 시장은 이성과 감성을 지닌 영리한 소비자이지만,3.0 시장에서는 '이성과 감성,영혼을 지닌 완전한 인간'으로 고객의 가치를 높인다.

경제위기는 질병,빈곤,환경파괴의 가속화를 수반한다. 3.0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단순히 고객만족과 이익실현을 넘어 미션,비전,가치를 통해 세상에 기여한다. 즉 기업활동을 통해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3.0 시장은 감성을 충족시키는 마케팅을 넘어 영혼을 감동시키는 마케팅을 요구한다. 하나의 브랜드가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면 소비자들은 무의식적으로 그 브랜드를 일상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이것이 3.0 시장에서 강조하는 '영적 마케팅'의 본질이다.

3.0 시장에서의 마케팅은 '아이덴티티,품격,이미지'의 셋이 삼각형처럼 균형을 가져야 한다.

GE는 이미 에코이미지네이션(ecoimagination)을 선포하고 태양광 사업,수질 개선 사업 등 대중이 원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수익을 내는 분야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생활용품 기업 SC존슨앤드선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하며 최하층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아웃도어 상품을 제조하는 팀버랜드는 직원들이 참여하는 '봉사의 길(path of service)'이란 지역공동체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먼저 지난 60년 동안의 시장과 마케팅 역사를 살펴보고 3.0 시장이 도래 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3.0 시장의 세 가지 핵심 키워드인 협력 · 문화 · 영성에 대해 설명한다. 이어서 3.0 시장에서의 기업 생존 전략으로 고객 · 직원 · 협력기업 · 주주에 대해 가치로 각인시키라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3.0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의 사회적 전략으로 변화 · 기업가정신 · 지속가능성을 창출하라고 말한다. '고객을 사랑하고 경쟁자를 존경하라,고객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 그들의 성장을 도와라' 등 10가지 신조를 담은 '마켓 3.0 선언문'도 공개한다.

세계적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기업 성장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스트코 창업자 짐 시네갈은 "기업이 이윤만을 추구하면 결국 고객들의 신용을 잃게 하는 요인이 된다"며 사회,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 철학을 소개한다.

3.0 시장은 가치와 시장 장악력이 통합되는 단계다. '무엇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가 기업을 상징하는 중요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된다. 그래서 저자가 강조하는 공동선에 대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업을 포함해 생존과 번영을 모색하는 이들은 '공동창조'와 '협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놓지 않고는 빠른 속도와 변화를 헤쳐 나갈 수 없다. 사회와 공존하며 협력하는 방법을 누가 빨리 배우느냐에 따라 향후 비즈니스의 지도가 바뀔 것이다. "

강경태 <한국CEO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