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시', '하녀' 경쟁부문 진출
'로빈후드'로 12일간의 축제 시작

제63회 칸 국제영화제가 12일(현지시간) 성대한 축제의 막을 올렸다.

칸 영화제는 이날 오후 7시 프랑스 남부도시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23일까지 12일 일정으로 영화의 향연에 들어갔다.

개막식 레드 카펫 행사에는 팀 버튼 경쟁부문 심사위원장과 질 자콥 조직위원장을 비롯해 개막작인 '로빈 후드'의 주연배우 러셀 크로와 케이트 블랑쉐, 셀마 헤이엑, 장 클로드 반담, 에바 롱고리아 등 유명 영화인이 참석해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우리나라의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인 김을동, 김금례 의원도 개막 행사에 함께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록버스터 '로빈 후드'는 개막식 직후 언론 공개를 거쳐 공식 상영됐다.

올해 영화제에는 유럽과 아시아 영화 등 모두 19편이 경쟁부문에 진출해 최고 영예의 황금종려상을 놓고 각축을 벌인다.

◆한국영화 황금종려상 품을까 = 올해에는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 등 우리나라 영화 두 편이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돼 이들 영화의 수상 여부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와 '하녀'는 오는 19일, 14일 각각 전세계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두 편의 한국영화가 경쟁부문에 동반 진출하기는 이번이 세번째다.

2004년에는 '올드보이'(박찬욱 감독)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홍상수 감독), 2007년에는 '밀양'(이창동 감독)과 '숨'(김기덕 감독)이 각각 동반 진출했었다.

우리나라는 2004년에 심사위원대상(올드보이), 2007년에 여우주연상('밀양'의 전도연)을 각각 수상했었다.

작년에는 '박쥐'가 심사위원상을 받았었다.

공식 비경쟁 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는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진출했다.

또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비공식 부문인 비평가 주간에, 세종대 재학생인 김태용 감독의 '얼어붙은 땅'은 학생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 각각 초청됐다.

홍상수 감독은 이로써 칸영화제 6회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다양성 부각 속 아시아 영화 강세 = 올해 경쟁부문에는 모두 15개국에서 19편이 진출했다.

매년 20편 이상이 경쟁부문에 오르는 예년에 비하면 다소 경쟁률이 낮아진 셈이다.

영화계는 올해의 경우 쿠엔틴 타란티노 등이 진출했던 작년에 비해 화려함이 떨어지는 대신 다양성과 내실이 돋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마하마트-살레 하룬(차드) 감독의 '울부짖는 남자'가 차드 영화로는 처음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멕시코, 태국 등의 영화도 경쟁부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배우 출신의 마티유 아말릭(프랑스)의 '순회공연'(투르네), 러시아의 거장 니키타 미할코프의 '위선의 태양2', 이탈리아의 다니엘레 루체티의 '라 노스트라 비타', 2006년 '바벨'로 감독상을 수상했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비우티풀' 등도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반면 미국의 할리우드 작품은 더그 라이먼 감독이 연출한 정치 스릴러 '페어 게임' 단 한 편에 그쳐 대조를 보였다.

아시아 영화는 경쟁부문 진출작 18편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6편이나 된다.

중국(왕 샤오슈아이 감독), 일본(기타노 다케시 감독), 태국(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이 우리나라와 함께 초청됐다.

이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는 이란의 대표 감독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증명서), 마이크 리(어나더 이어) 감독이 다시 한 번 황금종려상을 차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축제에 가세한 노장들 = 비경쟁 부문의 '주목할 만한 시선'도 영화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 102세인 포르투갈의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 감독의 신작 '안젤리카'와 80세인 프랑스의 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필름 소셜리즘'이 이 부문에 초대됐다.

1929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올리베이라는 지난 1997년 이후부터는 거의 매년 신작을 쏟아내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고다르 감독의 '필름 소셜리즘'에서는 세계적인 철학자 알랭 바디우가 주연으로 출연하고 있다.

비공식 부문에는 우디 앨런(75)의 신작 '유 윌 미트 어 톨 다크 스트레인저'와 일흔을 바라보는 스티븐 프리어즈(69) 감독의 '타마라 드류' 등 거장 감독들의 신작이 눈에 띈다.

개막작의 연출자인 리들리 스콧 감독은 무릎 수술을 받느라 칸을 방문하지 못해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칸<프랑스>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