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충남 당진군 동국제강 당진 후판공장 준공식장.장세주 회장은 기념사에서 '혼'과 '열정'이란 단어에 힘을 줘가며 "명품 후판을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동국제강은 오너 3대에 걸쳐 남다른 '후판 열정'을 지닌 철강업체다. 장 회장의 할아버지이자 창업자인 고 장경호 회장이 부산에 국내 첫 후판공장을 설립했고 부친인 고 장상태 회장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포항에 두 개의 공장을 추가로 건립했다.

동국제강 후판사업 3기를 이끌게 된 장 회장은 준공식 뒤 현장에서 기자간담회까지 자청,강한 포부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과 정준양 철강협회장(포스코 회장)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연간 10억달러 수입대체 효과


동국제강 당진공장은 연산 150만t 규모다. 기존 포항의 후판 1,2공장(290만t)과 합해 연간 총 440만t의 후판 설비를 갖추게 됐다. 8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연간 315척 건조할 수 있는 규모다. 인천공장 등에서 생산하는 310만t의 형강,철근 등을 포함하면 연산 총 750만t의 생산체제를 갖춘 것이다. 동국제강은 당진공장 건설을 위해 3년간 1조원을 투입했다.

이번 공장 건설로 올해에만 100만t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가 예상된다. 국내 후판 시장에서 동국제강의 영향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후판 내수시장은 지난해 기준 1035만t으로 이 중 포스코가 35%,동국제강이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올해 연간 8억달러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며 "내년 완전 가동이 이뤄지면 연간 1조5000억원의 매출 증대와 10억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1000만t 생산체제로


장 회장은 글로벌 생산체제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당진 후판공장 준공에 이어 브라질 일관제철소 건설을 성사시켜 글로벌 1000만t 생산체제 구축을 본격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동국제강은 국내 철강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브라질에서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업체인 발레사와 함께 연산 300만t 규모의 고로 2기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향후 브라질 일관제철소에서 쇳물을 뽑아내 국내 포항과 당진공장에서 고급 후판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장 회장은 "1차적으로 우리의 파트너가 될 일본 JFE스틸과 스터디를 마쳤고,최근에는 포스코와도 스터디를 하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 결론이 나고,그 결과에 따라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손자까지 이어진 후판 열정


장경호 창업회장이 국내 첫 후판공장을 준공했을 때는 1971년.조선 등 한국의 중화학 산업이 걸음마를 떼는 시기였다. 자칫 공장만 지어놓고 수요처를 구하지 못하는 리스크를 감수한 결단이다. 1980년대 오랫동안 텃밭처럼 일궈온 부산에서 포항으로 제강소를 옮길 땐 아들인 장상태 회장이 앞장섰다.

당시 내부의 반대가 심했다. 부산에 있는 모든 생산 설비를 옮기려면 최소 1조원 이상을 써야 했다. 앞으로의 수요가 뒷받침해줄 것이냐에 대한 회의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장상태 회장은 "아내의 반지를 팔아서라도 투자하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고,1991년 포항 1후판 공장을 준공했다. 1998년 2후판 공장까지 마무리해 250만t의 후판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동국제강은 포스코와 후판 시장의 양강체제를 구축했다.

당진 후판공장 건설은 장세주 회장의 결단이다. 그는 4년 전 당진공장 투자를 고심하며 "앞으로 시장은 초대형 선박과 건축물,해양 구조물,플랜트 등에서 창출된다. 현재에 머물면 기존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당진공장 건설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최 장관은 축사를 통해 "장 회장은 금융위기 당시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하는 등 진정한 기업가정신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당진=장창민/박동휘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