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이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훨씬 강력한 재정 공조체제 구축을 검토하고 나섰다. 7500억유로에 이르는 대규모 구제금융안조차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자 근원적 문제인 적자재정 해소에 함께 힘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일부 재정위기에 몰린 국가들도 더 강력한 긴축안을 내놓는 등 위기 극복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1일(현지시간) 유로존 국가 간 예산 공조(budgetary co-ordination)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개혁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칸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금융시장 위기를 막기 위해 회원국 간 단기적인 재정 이전(fiscal transfer)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사실상 유로존 16개 회원국을 하나의 경제적 감독체제에 두자는 것인데,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반대할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그러나 칸 총재는 "단기적 재정 이전이 재정위기에 처한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을 돕기 위해 독일이 나서야 하는 항구적인 협정보다는 더 낫다"고 주장했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 · 통화담당 집행위원도 유로존 국가의 재정 및 경제 정책을 더 긴밀하게 통합하기 위해 비슷한 제안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로존 국가가 짠 예산안에 대해 그 나라 의회의 승인을 받기 전 나머지 회원국 정부들이 먼저 검토하는 방안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도 "각국은 자금을 투입하는 데 만족하지 말고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재정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은 이날 공공지출 등에서 2년 동안 15억유로의 비용을 줄이는 내용의 예산안을 공개했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예산 적자 규모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1.2%에서 2011년 4.7%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금 인상과 공공부문 채용 동결 등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BBC가 전했다.

이에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파테로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단호한 조치'를 촉구했다. 독일 의회도 이날 7500억유로 재정안정기금 중 독일이 분담하는 부분에 대해 승인했다.

한편 이날 유럽 채권시장에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소폭 하락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양국의 채권을 150억유로어치나 사들였기 때문이라고 FT가 전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