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공천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역마다 사안마다 '공천'(公薦) 기준이 각기 달라 그야말로 '무원칙한 사천(私薦)'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당 내 재심위원회에 접수된 재심요청 건수만 700건이 넘고 지도부와 가까운 사람이 경선결과에 승복하지 않아 재경선을 치르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논란에 휩싸인 건 경기도 부천시장 재경선.이미 치러진 경선을 2위 후보가 반발,재심위가 기각했는데도 최고위원회가 이를 번복해 재경선 결정을 내렸다. 재심위의 결정을 최고위가 번복한 건 영등포구청장에 이어 두 번째다. 박선숙 재심위 간사는 "당원 명단 유출 의혹이나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 사전보도가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15명 중 9명이 모인 그날 회의에서 다수가 이의 없이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구 민주계 핵심 관계자는 이를 두고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전당대회 때 자신(핵심 당직자)을 물심양면 밀어준 후보의 재심요구를 안 들어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지역 중진이 밀고있는 1위 후보와 호남향우회에 큰 조직을 가진 2위 후보 측이 부딪히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도 했다. 당 내 주류 측 핵심 관계자는 "1위 후보가 본선 경쟁력이 있다는 데 이의가 없으나 어차피 본선에서 이기려면 내부 갈등을 해소하고 가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특정후보를 미는 차원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부천뿐만이 아니다. 이미 당 내 비주류모임인 쇄신모임은 당무회의에서 전남 · 북 도지사의 '무경선 단수후보 공천' 등 당 내 공천의 심각한 문제를 일일이 열거한 적이 있다. 공천의 문제점을 적시한 책자는 68쪽에 달했다. 비주류의 정치공세 성격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민주당의 공천은 당이 내세웠던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중론이다. 2주 전 서울시장 후보 경선룰을 둘러싼 논란 때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토론을 주장하는 후보의 요구를 묵살한 것과, 후보등록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내려진 부천의 재경선 결정은 너무나 대비된다. '비민주적 경선'이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이유다.

민지혜 정치부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