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들이 최근 앞다퉈 대대적인 기업식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강의평가를 공개하고 차등연봉제를 도입한 데 이어 경쟁력 없는 학과는 통폐합하는 등 개혁을 선도하고 있는 성균관대 중앙대 건국대 아주대 등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들 대학 총장 네 명으로부터 개혁의 이유와 그 과정에서 겪은 소회를 들어봤다.

◆학과 이기주의 타파해야

오명 건국대 총장은 "최근 개혁은 '이대로는 안된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더이상 기존의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학과로는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도 "모두가 1등이 될 수는 없다"며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뜻을 같이 했다. 박종구 아주대 총장대행도 "대학의 변화는 특히 중 ·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확충한다는 면에서 중요하다"며 변화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변화를 거부하는 교수들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단순히 '기업식이라 안된다'는 말로 개혁을 반대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특히 중앙대의 경우 기업이 법인이라고 해서 이른바 '돈 되는' 학과에만 집중하려 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세상에 어떤 기업이 비용 대비 성과가 확실치 않은 '교육'에 투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오 총장은 "교수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학문만 가르칠 게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신의 전공 학과가 없어진다는 생각 대신 '가르칠 수 있는 학생의 폭이 넓어진다'는 방향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서 총장도 "학문 간 영역이 사라지는 통섭의 시대에 학생들을 하나의 전공에만 매몰되도록 하는 것은 '학과 이기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융 · 복합특성화가 살 길

총장들은 급변하는 사회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선 융 · 복합특성화 학과의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박종구 총장대행은 "아주대는 융합학문을 선도하는 대학이 되기 위해 금융공학,미디어,의 · 약학연계 등 교육 · 연구 · 학사 체계를 선진화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범훈 총장은 "계열별 융합교육을 위해 구시대적인 학제의 틀을 과감히 개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뜻을 모았다.

성과 기반 차등 연봉제에 대해서도 총장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오 총장은 "학생을 잘 가르치는 교수가 우대받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강의 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매학기 우수 교원을 선정해 시상하고 인센티브도 매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막걸리 간담회까지

총장들은 개혁에 따른 진통은 대화를 통해서만 풀릴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종구 총장대행은 "최근에는 학 · 처장회의는 물론 팀장회의까지 직접 주재해 학교 구석구석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다"며 "지난주에는 총학생회 간부 학생 20여명과 '막걸리 간담회'도 가졌다"고 밝히며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서 총장도 "되도록 많은 교수들과 만나려고 노력 중"이라며 "언제나 '입은 하나이고 귀는 두 개인 이유'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오 총장은 "한꺼번에 다 뜯어고치는 것보단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방향을 향해 조금씩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시 구조조정'으로 풀어나간다는 얘기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