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사전에서 '해치(Hatch)'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두 가지 뜻이 나온다. 첫째는 '알이나 병아리 등이 부화한다'는 것.둘째는 '갑판 위의 승강구 뚜껑 또는 출입문'이라는 의미다. '해치'라는 말을 자동차에 사용할 때는 후자의 의미다. 그런데 '해치'에 '백(Back)'이라는 말이 합쳐진다. '백'은 말 그대로 '후면 또는 뒤'를 의미한다.

'해치백(hatchback)'은 '뒤에 해치라는 문이 달려 있는 차'로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보닛과 승차석,트렁크가 분리된 세단형 승용차도 트렁크 문이 있으니 해치백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단형 승용차의 트렁크는 엄밀히 말해 승차석 문이 아니라 트렁크 덮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사람이 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뒷문을 열었을 때 출입이 가능한 것이 해치백이 세단형 승용차와 다른 점이다.

해치백 차량은 트렁크와 승차석이 연결돼 있어 적재공간이 넓다. 해치백은 거의 모두가 뒷좌석이 접히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뒷좌석을 승차석,또는 화물적재공간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 셈이다. 일찍부터 실용주의를 표방해 왔던 유럽인들이 세단형을 멀리하고,해치백을 선호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이런 실용성이 외면당한 것이 사실이다. 자동차가 오랜 기간 이동수단 외보다는 신분 상징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남의 눈을 의식하는 '체면문화'가 해치백 대중화의 걸림돌이 된 것이다. 변화의 조짐은 젊은 소비자들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남들이 어떻게 보든 외형보다는 실속을 차리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

실용주의 성향을 가장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자동차 회사는 푸조다. 이 회사는 출발 초기부터 실용을 자동차 제조의 근본으로 삼아 온 것으로 유명하다. 굳이 큰 배기량은 필요 없고,세단형보다 해치백이 더 낫다는 정책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골프로 대변되는 독일 폭스바겐도 강력하다. 지금의 6세대까지 모든 주력 차종이 해치백이고,독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젊은층 사이에서 골프의 인기는 높다.

해치백 선호 현상은 정통 고급 세단에 매진해 왔던 메르세데스 벤츠도 바꿔 놓았다. 해외에서 B클래스로 불리는 벤츠 'My B'가 대표적이다. 물론 A클래스도 해치백 형태이이지만 마이비에 비하면 인기도는 떨어진다.

보수적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성격을 탈피한 실용성 높은 차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볼보 C30도 빼놓을 수 없는 소형 해치백차다. 이 차는 단조로울 수밖에 없는 해치의 단점을 극복한 뒷모습의 유려함이 매력적이다. 전 세계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의 차'로 선정한 것도 이른바 '아름다운 엉덩이'에 기인한다. 마치 뒷모습이 빼어난 여성을 보는 것과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치백은 국내에서도 앞으로 전망이 밝은 차종에 속한다. 현대차가 내놓은 유럽형 해치백 'i30'의 인기가 이를 방증한다. 유럽 내 해치백 경쟁이 국내에서도 재현될 경우 누가 승자가 될지 궁금하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