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로 예정된 금융권의 기업상시평가에서 건설사 2~3곳은 C나 D등급을 받을 것 같습니다. 성원건설에 이어 퇴출판정 수준인 D등급을 받는 건설사가 또 나오면 건설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한층 짙어질 겁니다. "

7일 서울 강남역 인근 메리츠빌딩 18층에서 만난 법무법인 에이펙스의 최창영 변호사(41 · 금융부동산팀)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6월 위기설'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얼어붙은 부동산 금융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요즘 1금융권에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신규 대출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며 "신용등급이 우량한 건설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출을 받기 힘들다"고 전했다. 미분양 물량이 많고 신용도가 낮은 중견 · 중소 건설사들이 금융기관에서 PF 대출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란 얘기다.

PF대출을 일으키지 못하면 택지를 살 수가 없고 주택사업도 진행할 수 없다. PF 대출을 기대하고 2금융권 등에서 브리지론(PF대출 때까지 임시로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방식)을 받아 땅을 산 건설사들은 브리지론에 대한 금융비용을 기약없이 물어야 한다. 이는 건설사 자금 압박으로 이어져 문닫는 건설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 변호사는 "부동산 PF시장은 최근 10년간 가장 어려운 때를 맞고 있다"며 "지방 미분양에서 시작된 부실이 부동산 PF시장을 냉각시켰고 이는 다시 중소 건설사들을 옥죄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미분양 해소가 침체된 건설경기를 되살리는 핵심적 부분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다행히 10대 대형 건설사들은 큰 문제가 없다"며 "주택 수요자 입장에서는 건설사의 신용도를 꼼꼼히 따져보고 분양받을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 변호사가 몸담고 있는 법무법인 에이펙스는 국내외 변호사와 각 분야의 전문가 100여명이 일하는 대형 종합로펌이다. 현재 로펌 순위 10위권이며 5위권 진입이 목표다. 그는 2001년부터 부동산금융 · 투자자문 전문가로 일하며 주로 금융사가 건설사업장에 대출을 해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률적 사항들을 자문해왔다. 한편으론 직접 실사를 진행해 시행사나 건설사의 재무 건전성을 체크해주고 시행사 등에는 안전하게 대출을 일으킬 수 있는 대출구조를 짜주기도 한다.

최 변호사는 몇해 전 대우건설 울산사업장에서 금융사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다. 사업이 마무리된 뒤,상대편이었던 시행사 사장이 그에게 또 다른 사업장의 법률자문을 의뢰해왔다. 하지만 갑자기 사업장이 망하면서 자문료를 받지 못한 채 흐지부지 일이 끝났다. 그런데 다른 사업장의 금융권 법률대리인으로 당시 시행사 사장을 또 만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묘한 인연이었다"며 "이후 시행사가 재기하면서 전에 떼였던 자문료도 받고 이제는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고 귀띔했다. 2005년엔 건원스퀘어라는 시행사의 법률자문을 했었다. 당시 주거 · 상가비율 변경 인 · 허가 등 복잡한 문제를 푸느라 꽤 힘들었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올초 분양한 일산 탄현의 두산 '위브더 제니스'의 일감을 맡으며 시행사가 건원스퀘어란 사실을 알고는 자신도 모르게 빙긋 웃음이 나왔다고 한다. 이런 일들을 통해 금융권은 물론 건설업계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끈끈한 네트워크를 갖게 됐다. 그가 일반적인 소송업무보다 건설 관련 대형 프로젝트에 빠져들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그는 인천 옥골지구 도시개발사업도 시공사와 여러 금융회사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어려웠던 사업장이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다행히 초기 대지매입 브리지론 3000억원이 무사히 성사됐다. 그

최 변호사는 지금 건설업계가 어렵긴 하지만 국내 건설사들은 그동안 여러차례 위기를 견뎌온 '내공'이 있다며 이번 위기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