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유럽이 '그리스 바이러스' 확산의 공포에 휩싸였다. 1100억유로에 달하는 그리스 지원액은 막대한 규모의 연쇄 대재난 복구비용 중 미미한 서막에 불과할 수도 있다.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심각한 재정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리스를 지원키로 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거두는 데 실패하면서 그리스 위기의 파장이 주변 유로화 사용국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포르투갈은 5일 국제신용평가 회사인 무디스로부터도 추가 하향 조정을 경고받았다. 지난달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국가 신용등급을 두 단계 강등당한 데 뒤이은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이날 포르투갈의 신용등급 'Aa2'를 하향 검토 대상에 편입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3개월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S&P는 지난달 27일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었다.

앞서 IMF는 지난 4일 긴급 성명을 통해 "IMF가 스페인도 그리스처럼 구제키로 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IMF의 해명은 스페인이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IMF에 2800억유로 지원을 요청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스페인 증시가 5% 이상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에 충격이 가해진 가운데 나왔다.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도 "전적으로 근거 없는 무책임한 루머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인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 위기가 그리스를 넘어 남유럽으로 번질 것이란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주요 투자자들은 그리스에 재정지원으로 지난해 10월부터 끌어온 재정적자 위기가 끝났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는 것이다.

그리스발 위기의 '전염' 우려가 증폭되는 것은 그리스가 2012년까지 계획대로 재정적자 감축노력을 이행하더라도 새로 발생하는 재정적자와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만 더해도 1200억유로에 달해 유로존과 IMF의 구제금융 규모를 뛰어넘어 '돈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그리스 내에서 노동계를 중심으로 긴축안에 격렬히 반대하고 있는 점도 위기해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