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증권사 직원이 임의로 한 미수거래 대금을 투자자가 처리해줬더라도 투자자가 미수거래를 사후 승인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봤다.

서울고등법원은 5일 투자자 구모씨가 증권사에 주식매매를 위탁했는데 투자상담사가 고객보호의무를 위반해 손해를 발생시켰다며 증권사 등을 상대로 1억 3000여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1심 원고 전부패소판결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 증권사 직원의 신용매수에 대해 원고가 사후에 자신의 주식위탁계좌에 있던 잔금 및 주식으로 미수금을 처리한 사실과 이사건 주식의 임의매수 이후에도 피고와 투자상담 등을 계속 유지했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전제했지만 “이러한 사실만으로 미수거래를 사후 승인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그러나 “이전에도 여러 차례 원고의 명시적 의사 없이 사후보고 형식으로 미수거래를 해왔고 이에 대해 원고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고의 과실을 고려해 증권사와 직원은 손해액의 50%인 2330만원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병원장인 구모씨는 2008년 6월부터 SK증권 영업점에서 주식위탁거래계좌를 개설하고 투자상담사에게 주식거래를 위탁했다.구씨는 총 3억8300만원을 투자했는데 4개월만에 투자금이 반토막나자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소송을 낼 무렵 구씨의 계좌에는 약 1억5000만원 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가 임의로 주식을 신용매수한 것을 원고가 사후에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보는 한편 다른 거래건에 대해서는 “거래가 빈번하다는 것 만으로 불법적인 행위라고 할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한 바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