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한국 길목에서] 핀란드 교육에서 배울 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제학술회의에서 한국 세션 발표가 끝나면 늘 듣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 학자들은 대부분 한국 교육이 문제투성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서 국제학력평가 결과가 세계 2위로 나오고,학생들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자 하며,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그렇게 헌신적으로 노력하느냐는 것이다. 어떤 학자는 나에게 와서 혹시 한국 교육의 강점은 국가 기밀이어서 발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그 비법을 가르쳐달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2009년 세계인재포럼에서 사회를 볼 때 한국 측 발표자가 한국은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이야기하자 토론에 나섰던 유럽 국가의 어느 장관이 그 문제가 자기나라 상황이었으면 참으로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수차례 한국 교육을 부러워하는 발언을 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그가 잘못 알아서 그렇다는 반응을 보이며 아직도 한국 교육의 문제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 남의 제도를 성급히 모방하고 있다.
남의 것을 배우고자 할 때에는 상황의 유사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가령 미국은 교육열이 너무 낮은 저체온증에 시달리고 있고,그 결과 학생들의 평균 학력이 최하위 수준이다. 또 교직에 대한 유인이 낮아 특히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춘 수학,과학,기술 등의 과목 교사는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래서 학력평가를 통해 학생들이 더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유도하고,부모들이 자녀 공부 뒷바라지에 더 신경쓰도록 노력하고 있으며,실력이 없는 교사를 걸러내기 위해 교원평가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너무 높아 고열에 시달리고 있고,학생들의 평균 학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교직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 교사들의 실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만일 고열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에게 저체온증을 치료하기 위한 처방을 한다면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다.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초질서를 지키는 능력이나 상대를 배려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실력이 낮은 나라의 일제 학업성취도 평가가 아니라 민주시민,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길러줄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실력은 최고이지만 열심히 하지 않는 교사들에게는 능력개발평가가 아니라 교육 열의를 높여줄 처방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제도는 미국이 아니라 교사를 존경하고 처우를 최고로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원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학교나 학급을 바꿀 수 있도록 한 번은 기회를 허용하며,교육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핀란드 제도인 것 같다.
2000년에는 미국과 한국 초등학교를 비교하는 연구를 했었다. 그때 면담에 응했던 미국의 교육 관련 연구자와 교사들은 한결같이 미국 대학으로 유학오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문제가 많은 미국 초 · 중등학교로 조기 유학을 오고자 하는 한국인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 남의 것을 배워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려고 하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또 하나 유념해야 할 것은 남의 것만을 탐내다가는 자칫 이솝우화에 나오는 통나무 다리 위의 개처럼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마저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그동안 외국이 부러워했던 교사에 대한 높은 존경심과 교사들의 높은 사기,그리고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신뢰도 등이 계속 떨어지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문제는 지적하더라도 세계 최고 수준인 교사 실력을 인정하고 그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회가 노력을 기울일 때 우리 교육은 더 밝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사 순환 근무제,도서벽지 근무 교사에 대한 특별수당 지급 등 학생의 거주지와 무관한 교육기회 균등 보장 노력은 미국이 흉내내고자 해도 흉내낼 수 없는,우리가 꼭 지켜가야 할 제도임도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우리의 강점을 새롭게 인식하고,이를 지켜가며 나아가 우리의 강점을 신흥시장 국가에 나누어주는 데에도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
2009년 세계인재포럼에서 사회를 볼 때 한국 측 발표자가 한국은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이야기하자 토론에 나섰던 유럽 국가의 어느 장관이 그 문제가 자기나라 상황이었으면 참으로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수차례 한국 교육을 부러워하는 발언을 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그가 잘못 알아서 그렇다는 반응을 보이며 아직도 한국 교육의 문제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 남의 제도를 성급히 모방하고 있다.
남의 것을 배우고자 할 때에는 상황의 유사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가령 미국은 교육열이 너무 낮은 저체온증에 시달리고 있고,그 결과 학생들의 평균 학력이 최하위 수준이다. 또 교직에 대한 유인이 낮아 특히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춘 수학,과학,기술 등의 과목 교사는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래서 학력평가를 통해 학생들이 더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유도하고,부모들이 자녀 공부 뒷바라지에 더 신경쓰도록 노력하고 있으며,실력이 없는 교사를 걸러내기 위해 교원평가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너무 높아 고열에 시달리고 있고,학생들의 평균 학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교직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 교사들의 실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만일 고열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에게 저체온증을 치료하기 위한 처방을 한다면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다.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초질서를 지키는 능력이나 상대를 배려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실력이 낮은 나라의 일제 학업성취도 평가가 아니라 민주시민,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길러줄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실력은 최고이지만 열심히 하지 않는 교사들에게는 능력개발평가가 아니라 교육 열의를 높여줄 처방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제도는 미국이 아니라 교사를 존경하고 처우를 최고로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원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학교나 학급을 바꿀 수 있도록 한 번은 기회를 허용하며,교육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핀란드 제도인 것 같다.
2000년에는 미국과 한국 초등학교를 비교하는 연구를 했었다. 그때 면담에 응했던 미국의 교육 관련 연구자와 교사들은 한결같이 미국 대학으로 유학오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문제가 많은 미국 초 · 중등학교로 조기 유학을 오고자 하는 한국인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 남의 것을 배워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려고 하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또 하나 유념해야 할 것은 남의 것만을 탐내다가는 자칫 이솝우화에 나오는 통나무 다리 위의 개처럼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마저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그동안 외국이 부러워했던 교사에 대한 높은 존경심과 교사들의 높은 사기,그리고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신뢰도 등이 계속 떨어지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문제는 지적하더라도 세계 최고 수준인 교사 실력을 인정하고 그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회가 노력을 기울일 때 우리 교육은 더 밝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사 순환 근무제,도서벽지 근무 교사에 대한 특별수당 지급 등 학생의 거주지와 무관한 교육기회 균등 보장 노력은 미국이 흉내내고자 해도 흉내낼 수 없는,우리가 꼭 지켜가야 할 제도임도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우리의 강점을 새롭게 인식하고,이를 지켜가며 나아가 우리의 강점을 신흥시장 국가에 나누어주는 데에도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