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 조정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자 또다시 곱지 않은 시선이 이들 신평사에 쏠리고 있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 '뒷북' 등급 하향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온 신평사들이 이번엔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와중에 해당 국가의 등급 하향을 발표,유럽의 재정위기 확산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8일 "S&P 같은 신평사들은 시장에서 수집한 정보를 반영해 신용등급을 변경한다"면서 "신평사들이 유용하긴 하지만 그들이 얘기하는 것을 너무 믿을 필요는 없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신평사들은 그리스의 재정적자 감축 노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U 집행위원회 역시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S&P가 신용등급을 전격 하향 조정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샹탈 휴이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다른 금융시장 참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신평사들도 지금처럼 특별히 힘겹고 민감한 시기에는 책임 있고 엄밀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며 신평사들을 압박했다.

신평사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기본적으로 이들이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에 비해 책임이나 규제가 미약하다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신평사들은 2007~2008년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과 '공모'해 위험한 모기지 채권에 후한 등급을 줬다가 뒤늦게 무더기로 등급을 하향, 위기를 심화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하는 '투자은행' 고객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내부 경고를 무시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