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이상 끌어온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스폰서 검사` 논란과 ‘천안함 사태’라는 파고를 만나 결국 좌초하고 말았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늘과 내일 잡혀있던 법안심사 1소위와 2소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법안심의 작업을 사실상 중단했습니다. 특히 내일 오전 예정돼 있던 2소위에서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천안암 희생자 영결식과 일정이 겹쳐, 결국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법사위는 이에 앞서 지난 26일에도 2소위 일정을 취소하고, 27일 열렸던 스폰서 검사 관련 현안 질의에 매진한 바 있습니다. 이에따라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에 상정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9월 정기 국회 이후로 처리가 연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5월말을 기점으로 국회 원구성이 바뀌는 데다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급결제 허용과 보험판매 전문회사 신설 등 핵심쟁점 사항이 빠져 있는 보험업법 처리가 이번에도 무산되자 소관 부서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매우 당황하고 있습니다. 적합성의 원칙, 중복가입 확인의무,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 등 보험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각종 제도들을 제대로 시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보험사들이 보험상품 판매시 소비자의 소득이나 계약 목적 등을 파악해, 해당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만 판매하도록 하는 '적합성의 원칙'이 명시돼 있습니다. 고의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을 미루는 경우 ‘불공정 보험금 지급행위(unfair insurance practice)’ 로 간주해,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마련돼 있습니다. 보험상품 광고시 상품설명서와 약관을 미리 읽어 볼 것을 권유하는 내용과 원금손실 가능성 등을 명시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상품 수입보험료의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밖에 감독규정에 명시돼 있는 중복가입 확인의무에 대한 근거조항이 마련됐고,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 금전대차를 이용한 보험가입 요구행위 금지 등 다양한 소비자 보호 장치들을 담고 있습니다.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되자 보험업계는 내심 반기는 눈치입니다. 법사위에 상정된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지급결제 허용 등 보험사에 득이 되는 사항들이 빠져 있어, 법이 통과되도 보험사로는 소비자 보호에 대한 부담만 커지기 때문입니다. 보험업법 개정안 처리가 또 다시 무산되면서 권익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보험소비자들은 물론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에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병연기자 by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