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폐지값은 치솟는데 골판지 상자값은 1년 전 그대로 입니다. 손실은 늘어나는데 속수무책입니다. "

골판지상자를 만드는 A사의 B대표(44)는 "작년 9월부터 6개월 동안 매달 2억원 이상씩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 납품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3개월 이상 버티기 힘들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골판지업체들이 펄프 가격 급등과 폐지 품귀 현상 때문에 원가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납품단가를 올려받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골판지업계는 이를 '3중고의 덫'이라고 부른다.

현재 골판지 업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원자재값 폭등이다. 골판지 원료인 골심지는 펄프와 폐지로 만드는데 현재 펄프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이상 뛴 t당 820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에 폐지가격도 예년에 비해 10% 이상 늘어난 중국수출로 인해 올초 ㎏당 120원에서 최근에는 160원까지 약 33% 상승했다.

이 때문에 골심지 가격은 지난해 6월 t당 30만원에서 이달에는 46만원 선으로 뛰어올랐고,결국 골판지상자(사과상자 크기)1개의 적정가격은 500원에서 680원으로 36%가량 급등했다.

이처럼 원가부담은 커졌지만 납품단가는 제자리 걸음이다. 현재 일부 골판지 업체들이 식품이나 식자재 전문 대기업에 납품하는 상자값은 개당 500원 수준으로 지난해 4월 수준이다. 참다못한 골판지업계는 지난 주말 한국골판지포장조합을 통해 대기업들에 단가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김진무 골판지포장조합 전무는 "원가비중이 6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개당 650원이 돼야 손해를 안 보는데 현재로선 개당 약 150원의 손해가 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식품 및 식자재 전문 대기업 B사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단가를 올려줘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원가절감이 화두가 되는 마당에 단 몇 달 만에 납품가를 30% 넘게 올려주게 되면 우리에게도 상당한 타격이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자재값 앙등이 대기업과 납품기업 간 예기치 않았던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양측 모두 '상생'이라는 화두를 잘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임기훈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