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에도 내외국인 발길…애도글에 추모詩도

하늘도 슬픈지 밤새 굵은 빗방울을 쏟아냈다.

희생장병의 앳된 얼굴에도 눈물이 맺혔다.

꽃다운 나이에 스러진 희생 장병의 생전 모습 앞에 출근길을 재촉하던 또래 직장인도, 백발이 성성한 퇴역 군인도 발걸음을 멈춘 채 눈물을 말없이 훔쳤다.

지난 25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천안함 46용사' 합동 분향소에는 사흘째인 27일도 희생 장병의 넋을 위로하려는 시민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검은 옷을 입고 왼쪽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단 시민들은 가랑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차례를 기다려 영정 앞에 헌화, 분향하고 순직 장병을 애도했다.

오전 8시께 출근길에 분향소에 들렀다는 유정희(54.여)씨는 "첫아들이 군대에 갔다가 백일휴가를 나왔을 때 얼굴만 봐도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며 "같은 부모된 마음으로 장병들이 고통 없는 세상에서 못다 한 꿈을 이루기를 바랄 뿐이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이정환(24)씨는 "잘잘못을 떠나 애꿎은 젊은이들이 희생돼 마음이 아프다"며 "어둡고 추운 바다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너무 안타깝고 편한 곳에서 쉬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조남권(38)씨는 1996년 강릉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함이 좌초됐을 때 군복무하며 작전에 참여했다고 자신을 소개하고선 "당시 전사한 동료들이 기억난다.

우리가 해준 것도 없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문을 마친 시민은 분향소 왼편에 연합뉴스가 전시한 추모 사진을 비통한 표정으로 둘러봤다.

순직 장병의 생전 모습과 천안함 구조, 선체 인양 등의 장면을 생생하게 담은 사진 주변에는 희생 장병을 추모하는 글들이 빈공간을 메웠다.

고(故) 김선명 상병의 생전 사진을 지켜보던 미국인 크리스 보크트(55)씨는 "국적을 떠나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며 "장병들의 사진에 떨어진 빗방울 때문에 눈물이 맺힌 것처럼 보여 마음이 더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시민은 실종 장병을 찾으러 차디찬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 사진 옆에 `어제 내린 꽃비'라는 제목의 추모시를 썼다.

"솜사탕처럼 뭉게구름처럼 그렇게 피어나기 위해 모진 세월을 지났습니다/꽃잎마다 이름이 있습니다/아들의 이름…아빠의 이름…남편의 이름…연인의 이름…/죽은 나뭇가지에 뭉게구름 피어오를 때면 어김없이 도지는 몸살/올 사월에는 유난히 많은 사람이 몸살로 몸져 누웠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te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