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원달러 환율이 1년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갈아 치웠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인 23일보다 4.6원(0.41%) 하락한 1104.1원에 장을 마쳤다. 환율이 이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2008년 9월12일 장중 기준으로 1097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의 주요지수가 1년7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어 오른 데다, 그리스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소식에 유로화가 거의 1년 만에 최저치에서 반등했다. 이에 국제 금융시장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잦아드는 모습을 보였고, 이날 원달러 환율의 하락 재료로 작용했다.

국내에서는 5월 초로 예정된 삼성생명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시장참가자들이 숏포지션(달러 매도)을 구축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국내외 분위기 속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하락압력을 거세게 받았다. 밤사이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소폭 하락 마감한 데다 국내증시도 상승세를 보이며 출발하자 개장 3분 만에 1104.3원으로 떨어졌다.

이어 환율은 결제와 숏커버(팔았던 달러를 되사는 것)가 유입되며 1104원에서 잠시 주춤했으나, 오후 11시26분 다시 1103원으로 고꾸라졌다. 이후 환율은 수급이 균형을 이루자 1103원에서 위도 아래도 가지 못하고 한동안 정체했다.

장 막판 원달러 환율은 수출업체의 네고물량이 나오자 다시 한번 하락을 시도하며 오후 2시52분 1102.6원에서 저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세가 나오며 낙폭을 조금 줄여 1104.1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장 막판 환율이 떨어지자 당국의 종가 관리성 개입이 추정됐다"며 "개입 외에 유로달러 환율도 장 마감 무렵 하락하자 숏커버가 나오며 환율을 위로 끌어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실수급보다는 삼성생명 IPO 관련해 시장참가자들이 선제적으로 달러 매수에 나서 장 초반 환율이 급락했다"면서 "말레이시아, 인도네이사 등 다른 아시아 국가도 통화 절상압력을 받고 있어 그리스 우려가 다시 터지지 않는한 환율은 1100원선 아래를 다시 시도할 것"으로 전했다.

하지만 다른 외환딜러는 "오늘도 보면 알겠지만, 장이 수급 균형을 이루고 있어 환율의 변동성이 줄어들고 있다"며 "개입 경계심도 있고, 수입업체들의 결제도 많이 나온 것을 보면 무조건 '환율 하락 대세'로 볼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17p(0.87%) 상승한 1752.20을, 코스닥지수는 1.17p(0.23%) 오른 517.68을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03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25분 유로달러 환율은 뉴욕장 종가(1.3385)보다 낮은 1.3353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94.25엔을 기록 중이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