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성장과 부를 상징하는 도시 상하이(上海).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홍콩을 앞지르며 명실상부한 중국의 경제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런던과 뉴욕을 추월하는 글로벌 금융도시가 되겠다는 꿈도 무르익는 곳이다. 나흘 뒤 5월1일 세계 192개국과 50개 국제기구가 참가,사상최대 엑스포란 수식어를 달게 될 매머드 행사를 개최하기에 손색이 없다.

그러나 중국사람들에게 상하이에서 엑스포가 열린다는 것은 나름의 각별한 의미가 있다. 170년 전인 1840년 발생한 아편전쟁.청나라의 차 섬유 도자기 등을 수입하며 무역적자에 시달리던 영국은 청에 아편을 팔아 무역대금을 만들었다. 아편 판매가 금지되자 영국은 전쟁을 일으켰고 청나라는 패했다. 청은 상하이 등을 강제로 개항해야 했고,중국인은 개와 더불어 공원의 출입금지 대상이 되는 수모를 겪었다.

"상하이 엑스포는 중국인들에겐 170년 만에 부활을 선포하는 장엄한 의식"(홍콩 국제정치경제연구소 리밍톈소장)이란 말도 그래서 의미를 지닌다. '궈먼부추 칸볜스제'(國門不出 看遍世界 · 외국에 가지 않고 세계를 본다)'.상하이 엑스포 표어가 상징하는 것은 세계의 중심이 됐다는 선언과 같다. 이제 세계를 불러들이는 상하이,그리고 중국이 됐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금융위기 당시 '중국이 세계를 구해야 한다'며 서방언론이 이야기하던 '중국구세론'이나 최근 중국의 성장에 대한 경계를 나타내는 '중국위협론'은 그 합당성을 떠나서 중국의 역할과 위상이 그만큼 크고 중요해졌다는 것을 뜻한다"(위샹동 베이징대 경제학부 교수).'세계 2위의 무역대국','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국','가장 빠른 성장을 하는 나라' 등등 중국을 수식하는 말마다 '차이나 파워'가 느껴진다.

특히 작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확인된 중국의 실체는 세계를 경악케 했다. 한국 등 위기에 몰린 국가들에 국제통화기금(IMF) 대신 돈을 빌려주고,위안화로 무역결제를 시행하며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모건스탠리와 볼보를 사들이며 서방의 상징물을 접수했다. 세계 GDP의 40%를 차지했던 당송시대의 영화를 재현하기 위해 중국이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편전쟁 이후 불었던 서세동점(西勢東漸 · 서양의 세력이 동방을 점령하다)의 물결은 중국의 발전과 더불어 중세서점(中世西漸 · 중국의 세력이 서양을 점령하다)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은 차이나 달러를 앞세워 엄청난 기세로 서방이 만들어 놓은 질서를 뒤흔드는 중이다. "전 세계의 자원을 사들이고,동남아시아와 중국 그리고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대철도를 구축하며,아프리카에 대규모 원조를 퍼붓는 중국은 확실히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 창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양평섭 대외경제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

중국을 최대의 무역교역으로 둔 한국으로서는 중국이란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고찰을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중국의 엄청난 내수시장을 어떻게 뚫을 것인지,초강력의 파워를 가진 이웃나라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등등 중국에 대한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상하이엑스포는 한국에 중국이란 변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

엑스포 마스코트와 엠블럼은

◆마스코트 '하이바오'

'하이바오'(海寶)는 '사해의 보물'이란 뜻으로 한자의 '人'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마스코트의 푸른색은 해양ㆍ미래ㆍ과학기술 등을 상징하며 상하이의 도시 이미지와 이번 엑스포의 슬로건인 '베터 시티,베터 라이프'와도 부합된다는 설명이다.

◆엑스포 엠블럼

상하이 엑스포 엠블럼은 전 세계적인 공고를 거친 후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탄생됐다. 한자 '世'자를 형상화한 것으로,'世'자 도형 안에 세 사람은 부모와 아이로 이뤄진 한 가족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