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고학력 인플레 해소를 위해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의 인사운용에서 학력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채용과 승진 · 보수 결정에서 학력차별을 없애고 국가자격증 취득시에도 학력우대를 폐지 또는 축소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국무총리실은 오늘 정운찬 총리가 주재하는 국가정책조정회의 논의 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6월 말까지 구체적인 기준을 확정,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 방안이 학력보다는 능력이 존중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지상주의의 부작용은 실로 심각한 상황이다. 얼마전 대학교수들까지 학력을 위조했던 일이 드러나 큰 파문(波紋)을 일으켰던 데서 보듯 대학, 그것도 유명 대학을 나오고 해외유학을 다녀와야 성공할 수 있다는 고학력 중시 풍조가 뿌리깊게 형성돼 있다. 부모들이 자신의 노후준비까지 내팽개치며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려고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이번 총리실의 실태조사 결과 여성부 · 행정안전부 등 15개 부처와 가스공사 · 수출보험공사 등 94개 공공기관에서 모두 294건의 학력규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등 정부와 공공기관마저도 이 같은 학력차별에서 예외가 아닌 실정이다.

중요한 것은 학력규제 철폐 방안이 보다 확실한 실천력을 담보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 각 분야의 학력지상주의는 뿌리가 워낙 깊어 허술한 정책의지로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학력규제 철폐가 구호로만 그치지 않도록 채용은 물론 승진과 보수 등에서 실제로 차별이 없어지는지 지속적으로 점검 · 확인하고 미비한 점을 개선해나감으로써 강력한 추진의지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정부는 학력규제 폐지가 민간 차원으로 확산되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성과를 거두면 민간부문의 점진적인 학력차별 철폐를 기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