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 한 자유무역협정(FTA)이 조속히 체결되도록 적극적인 태도로 노력하겠다. "

지난달 31일 부임한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57)는 22일 서울 주한중국문화원에서 한국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양국 간 FTA 체결 검토를 지시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2년 한 · 중 수교 이후 주한중국 대사가 부임 후 자청해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 대사는 "부임 후 만난 많은 한국 관리들 모두 FTA를 조속히 체결하는 게 양국 경제협력을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한 · 중 양국의 대기업 총수들도 조속한 FTA 체결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FTA는 양국에 이익이 된다"며 "며칠 전 만난 조석래 전경련 회장도 같은 의사를 표명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한국과 대만 간 경제협력 강화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외국 정부가 대만과 교류에 나서는 것을 반대해 온 종전 중국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장 대사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위배하지 않고 대만과 정치적인 교류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한국과 대만과의 경협강화는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대만과 추진하는 경제협력협정(ECFA)을 한국이 대만과 추진해도 문제될 게 없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지난 15일 천윈린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 회장이 방한해 김형오 국회의장을 만나 한국과 대만의 경협에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는 말로 답했다. 해협회는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와 함께 양안 ECFA 협상을 진행 중인 관변 단체다.

천안함 사건과 금강산 관광 문제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대화를 통한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천안함 침몰은 불행한 사건"이라며 "중국 정부는 관련국들이 큰 차원에서 출발해 이 사건을 적절히 처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 접촉과정 중에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지만 한반도 평화유지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북 양측이 형제로서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핵 6자회담 재개에 대해 장 대사는 "중국 측은 관련국과 같이 6자회담의 재개를 촉진하기 위해 3단계 방안까지 제시했다"며 '북한과 미국 간의 양자대화→6자회담 참가국들 간 예비회담→6자회담 본회담 재개'의 3단계 중재안 제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장 대사는 "각국이 더 많은 대화와 협력을 통해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한 명의 제갈량보다 세 명의 갖바치가 낫다'는 중국 속담을 인용하기도 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가능성과 관련,그는 "김 위원장이 앞으로 중국을 적당한 시기에 방문하더라도 이는 뜻밖의 일이 아니다"며 "그러나 언제 중국을 방문할지는 솔직히 스케줄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금강산 현지의 남측 자산을 동결하고 중국 측 여행사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중국과 북한은 우호적인 이웃나라로서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전개하는 것은 아주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장 대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곧 신임장을 제정하게 될 것이라며 특별한 배려에 감사한다고 말하고 "1993년 아름다운 땅 한국을 방문한 이후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져왔다"며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여섯 번째 주한중국대사로 부임한 장 대사는 외교부 판공청 주임(외교통상부 기획조정실장 격)을 역임하는 등 직전 직급이 국장급으로 역대 주한중국대사 중 가장 높아 주목을 받았었다.

상하이 태생의 그는 류우익 주중한국대사와의 만남으로 한국을 더 이해할 수 있었다며,한식(韓食)이 웰빙음식이라는 것부터 '위하여'란 한국말을 익히고 술 따르는 법도 배웠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양국 우호관계를 발전시키는 중대한 사명을 갖고 왔다"는 그는 "한 · 중 우호관계 건설의 참여자가 돼 기쁘다"며 "한국이라는 '두꺼운 책'을 계속 읽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