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모리 "낙하산 관료들이 JAL을 다 망쳐놨다"
"일본항공(JAL)은 일본 산업계의 얼굴이다. 그 소중한 회사를 관료 출신들이 전부 망쳐놓았다. " 경영파탄으로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JAL의 이나모리 가즈오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77 · 사진)이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일본 관료들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나모리 회장은 "낙하산'으로 망가진 회사를 내 손으로 반드시 살리겠다"며 JAL 회생에 대한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JAL의 경영이 벼랑 끝으로 몰린 데는 관료 출신의 전임 최고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JAL은 원래 국영 항공사로 설립됐다가 뒤늦게 민영화됐다"며 "낙하산 인사로 JAL 경영진이 된 전직 관료들이 JAL을 공기업인 마냥 방만하게 운영하면서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엔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와 회동에서도 그는 "JAL 책임경영 체제가 명확하지 않고,기업가정신이나 경영감각을 가진 인재가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었다.

JAL은 국토교통성 관료 출신을 부사장에 앉히는 식의 해묵은 관행까지 있었을 정도로 조직 내 '아마쿠다리(낙하산 인사)' 문제가 심각했었다. 또 국토교통성 청사 8층에 있는 항공국이 JAL 이사회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을 빗대 'JAL 이사회는 일본 국토교통성 8층'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까지 나왔다.

아울러 이나모리 회장은 JAL의 구조조정 강도를 더욱 높이라는 채권단의 압박에 대해서도 "현재 추진중인 구조조정 계획 외에 어떤 추가 감원이나 노선 축소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JAL의 회생은 단순히 회사 하나 죽이고 살리는 차원이 아니라 일본의 자존심이 달려 있는 중대한 문제"라며 "정부와 채권단에선 좀 더 극적인 구조조정을 원하고 있지만 JAL의 위상을 지키려면 원래 예정된 구조조정 수순을 따르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JAL은 전체 인력중 3분의 1인 1만6500명을 정리해고 하고,국제선 29개와 국내선 30개 노선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본정책투자은행 미즈호코포레이트은행 등 채권은행들은 현재 적자를 내고 있는 미주와 유럽 노선을 대부분 폐지하고 사실상 아시아에 특화하는 항공사로 탈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JAL의 경영정상화 계획 제출 시기가 채권단과 JAL측의 갈등으로 인해 당초 시한인 6월말보다 두 달 정도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1959년 27세때 교토세라믹을 창업해 세계적 종합 전자부품회사인 교세라를 키워내 '경영의 신'으로 불리며 존경받고 있다. 교세라 명예회장도 겸직중인 이나모리 회장은 JAL의 경영정상화를 '생애 마지막 조국봉사'라며 일체의 보수도 받지 않고 지난 2월부터 JAL의 회장으로 구원투수역을 맡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