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1년 전 80㎏ 한 가마당 16만813원(산지 평균)이던 것이 이달에는 13만6484원으로 15%가량 폭락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은 452만~474만t으로 수요량(438만t) 대비 14만~36만t이 남아돌 전망이다. 쌀값이 떨어져도 농민들은 쌀소득보전 직불제로 손해를 보지 않아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 쌀 재고는 현재 128만t으로 적정 비축 규모(72만t)를 56만t이나 초과한 상태다. 여기에다 해외에서 32만여t을 들여와야 하니 쌀값이 폭락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국의 미곡처리장들은 쌀을 먼저 방출하려고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정부는 2005년산 재고 물량 14만7000t을 주정용과 전분용으로 처분하기로 하는 등 쌀 소비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쌀 재고는 올해도 산처럼 쌓일 것이 확실시된다.

반면 쌀 수요는 식생활 패턴 변화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2004년 82㎏에서 2008년 75.8㎏으로 줄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대신 매년 의무적으로 쌀 수입량을 늘려야 하는 현행 제도를 포기하고 '높은 관세를 적용하는 시장 개방'을 선택하자는 논의가 본격화했으나 일부 농민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 교수는 "한번 늘어난 의무 수입 물량은 시장을 개방한 뒤에도 줄일 수 없게 돼 있어 시장 개방을 서둘러야 한다"며 "국제 쌀값 상승과 국내 수급을 고려하면 시장을 개방해도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