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개교 50주년 기념 초청 특강

"고정관념과 선입관을 버리고 여러분의 상상력과 창의력, 꿈과 희망을 컨테이너에 담아 전 세계에 펼쳐 나가길 바랍니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16일 오전 대학생들과 만남을 가졌다.

서강대가 개교 50주년을 맞아 개최한 1시간 동안의 명사 초청 특별강연에서다.

남편이었던 조수호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2007년부터 경영에 참여한 이후 임직원이 아닌 회사 밖에서 수백 명을 상대로 강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CEO의 강연을 들으려는 학생들로 서강대 이냐시오관의 450석은 가득찼고, 최 회장도 블루 진에 블랙 재킷, 특히 서강대 50주년 기념티를 입은 캐주얼한 복장의 `센스'를 보이며 학생들에 호응했다.

그가 이날 학생들에게 들여준 강연의 주제는 `The Box(컨테이너)'.
자신이 경영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주부에서 경영인으로 바뀌었을 때의 보람과 어려움, 해운업에 대한 설명으로 그는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용기가 필요한 데 나도 큰 계기가 없었으면 안주했을 것"이라며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고, 국가 기간산업의 한 부분에 노력하고 있다는 게 보람된다"며 감회를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해운업을 하니깐 힘들죠'라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해외에서는 그런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며 "세계적 요리가나 아티스트, 심지어 여성 속옷 디자이너도 남자"라며 고정관념과 선입관을 경계했다.

그는 수년 전 회사의 새로운 광고 카피를 결정하면서 해운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임원들과 빚었던 생각의 차이, 신입사원 채용 때 회사로부터 받는 틀에 박힌 질문서가 "짜증나" 각본에 없는 질문으로 회사와 지망생들을 당황케 한 일화 등도 소개하며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회장이니깐 이렇게 해야 하고 저렇게 하면 안된다고 하지 말고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필요하다"며 "여러분도 `내가 못할 거야'라고 생각지 말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나의 경영철학은 내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담아 실을 수 있는 `더 박스'"라며 "여러분이 자고 일어나는 동안에도 1년간 1억3천개의 컨테이너가 전 세계로 움직이고 있다.

자신만의 컨테이너에 새로운 나 자신을 담아 어디에 내려놓을 것인지 인생의 플랜을 짜라"고 독려했다.

이어 "나에게 (회사 경영 외) 20년이 더 주어진다면 환아(患兒)들을 돕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며 "머리는 세계를 향해 열어놓고, 마음과 가슴은 나보다 조금 못한 사람, 나의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열어 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